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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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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영화와 드라마

신삼국, 방통 이야기

by 와룡 2010. 11. 9.

워낙 아끼고 아끼느라 이제야 적벽대전 이야기가 끝났다.

<신삼국>은 각 인물에 관해 과하지 않은, 또 나름 이해가 갈만한 이야기들을 꽤 많이 늘어놓는다. 난 <삼국지>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이런 색다른 이야기들이 꽤 마음에 들지만, 어쩌면 너무 <삼국지>가 아닌 <삼국지>화 시켰다는 평가도 받을지 모른다.

특히 주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너무 끈질기고 독불장군같은 주유의 모습에 실망했을 것이다. 적벽대전 중에 소교가 제갈량을 보내주었다고, 그렇게도 아끼던 아내를 쫓아내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후 소교는 그가 죽을 때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제멋대로 군사행동을 일으켜 손권과 한 바탕 싸우기도 한다. 영화 <적벽대전>에서 본 완벽 주유에 비하면 정말이지 인간적인 주유다.
그와 손권의 관계는 실제로 이 <신삼국>이 그린 것과 비슷할 것이다. 주유가 손가(孫家)의 가신이라고는 하지만 손권 집권 초기만 해도 대부분의 병권을 가지고 손권을 뛰어넘는 세력을 자랑했다. 아버지와 형과는 다른 손권의 유한 성격이 그런 그와 거친 무장들을 잘 다독여온 것이다.

반면 노숙은 철저한 손권파다. <삼국지>에서야 주유와 제갈량 사이를 오가는 쓸모없는 인물처럼 그려졌지만, 사실 주유가 죽으면서 자기 자리를 양보할 만큼 대단한 인물이다. 훗날 손권은 주유, 노숙, 여몽을 평할 때, 제신들이 조조에게 항복하자고 할 때 오직 노숙만이 반대했던 일을 떠올리며, 유비에게 형주를 빌려주게 한 것은 문제였지만 그 문제가 그의 장점을 덮을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오래 산 손권이다 보니 세 명이나 되는 도독들을 먼저 보내고 평가할 기회도 있었다...).


<신삼국>은 유비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이야기들을 균형있게 배분하여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생각과 성격을 가지고 행동한다. 노숙도 마찬가지다. 노숙은 그 어떤 경우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유비 스타일의 문관으로 등장하여, 주유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손권의 뜻을 따르게 만드는 일을 한다.
아직 제대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여몽의 경우는 줄곧 주유를 따라 주유가 죽은 후 유력한 후임자 후보였으나 주유의 유언과 함께 노숙에게 그 자리를 양보한다. 그와 감녕은 계속 주유와 함께 다니며 그가 형주를 잊지 못하고 화병으로 죽는 것을 보았으니, 훗날 그가 노숙의 뒤를 이은 후 형주를 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고보니, 난 방통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
방통은 적벽대전에 등장하지 않아서, 그의 연환계는 그리지 않을 모양이다, 생각했다. 하지만 주유가 죽은 후 그 장례식에 술취한 채 나타나 '조조를 쳐부순 건 내 공이지, 주유가 뭘 했냐'고 떠드는 걸로 보아 일단 연환계를 쓴 것으로 나온다.
사서의 방통은 사실 저런 미치광이 도인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노숙처럼 온건하고 차분한 스타일이다. 게다가 못생겼다는 이야기도 나관중의 꾸밈일지 모른다. 하지만 <삼국지>의 색다른 인물 중 하나인 방통을 너무 차분하게 그리는 것은 아무래도 재미가 없었나 보다.

아무튼 그의 등장이 꽤 재미있어서 한 번 써보려고 한다.

방통은 못생긴데다 발음도 샌다. 키도 너무 작아서 말을 타고 내릴 때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하다.
아무튼 이 방통은 주유의 장례식에서 난리를 피우다 쫓겨났지만, 제갈량과 노숙은 곧장 그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다. 결국 노숙에게 이끌려 손권을 만나러 가긴 했지만, 제갈량이 이미 손을 써놓았다. 손건으로부터 방통이 주유를 모욕했다는 이야기를 오국태는 그런 인물은 쓰지도 말라며 화를 낸다.

방통의 등장


이렇게 해서 방통은 형주로 건너가지만, 때마침 제갈량은 출장(?)을 가고 없고 유비가 현인을 모집한다는 글이 붙어 있다. 그는 용광(龍廣, 간체로 했을 때 방(龐)자의 파자임)이라는 가명으로 시험에 응시해 수석했지만, 그의 얼굴을 본 유비는 그가 쓴 글이라고 믿을 수가 없어, 일단 현령이라는 자리만 내준다.

장비 앞에서 솜씨를 뽐내는 방통


어차피 방통은 손권이고 유비고 시험중인 상태다. 손권의 도량을 알아보겠다며 주유를 욕했으니, 이번에는 유비의 도량을 알아보려고 가명으로 현령행세를 해 본다. 장비가 찾아와 그의 재능을 알아본 후에 떠나려고 했지만 군사들이 가로막아 떠날 수가 없었다.

손부인과 같이 달구경하기로 한 것도 파하고 달려가는 유비


형수님이 화내실텐데... 걱정하는 장비


아우로부터 그의 이야기를 들은 유비는 그날 밤으로 말을 달려 찾아갔다. 그 사이 한 성깔 하시는 손부인께서 아두가 아프다 부터 시작해서 거의 죽어간다며 얼른 돌아오라고 몇 번이나 재촉하지만, 돌아가는 대신 방통을 위해 술을 받으러 간다. 방통은 이미 떠날 마음을 굳혔으니 그렇게 해봐야 소용없다며 놀리지만, 유비는 화내지 않고 그를 보내주겠다고 한다.

방통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유비

손부인은 아두가 죽어가니 어서 돌아오라고 편지를 보내고...

그를 위해 술도 사다줬지만 떠나겠다는 방통


그와 헤어지면서 먼 길 가는데 쓰라고 적로를 내어주는 유비. 저런 사람이 조조나 손권에게 가면 우리 손해니 차라리 죽이는게 어떠냐고 장비가 묻지만, 유비는 그를 꾸짖으며 자신의 실수로 현자를 놓쳤으니 이번 일을 거울 삼아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며 다짐한다. 하긴, 서서가 떠날때만 해도 그렇게 슬퍼하던 유비였는데, 이제 제갈량이 있으니 현자에 대해 조금은 여유로와졌나보다.

적로를 내어주는 유비

미련없이 떠나는 방통

자신을 죽이자는 장비에 말에 솔깃


몇 번이나 유비의 정성을 보고서도 돌아서지 않던 방통이지만, 그 말을 듣고서는 결국 다시 돌아와 적로는 옛 주인을 그리워하는 것 같으니 다른 말을 달라고 청한다. 그리고는 감동적인 한 마디.
"형주로 돌아가시지요, 주공."

적로가 돌아온다


유비를 주공이라 부르다


못생겼지만 웃는 얼굴을 자꾸 보면 정이 드는 방통이다. 다소 귀여운 구석도 있어서 앞으로 그가 보여줄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진수는 그를 조조의 '순욱'에 비했는데, 그가 너무 젊은 나이에 죽어 안타까울 뿐이다.

자신이 봉추임을 밝히는 방통


<신삼국>의 제갈량은 주유와 마찬가지로 다소 인간적인 면이 있다. 유비가 손부인과의 혼인으로 형주를 비운 사이 관우와 장비로부터 온갖 욕을 얻어먹으며 견딜 때, 물건까지 집어던지며 깨끗한 자신이 저런 필부에게 모욕을 당한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게다가 유비가 돌아온 후에는 관직을 내놓고 떠나기까지 했다. 제갈량 역시 너무 완벽한 사람으로 많이 알려져서 이런 모습이 색다르면서도 안타깝다.
그런 인간적인 제갈량이 방통의 죽음을 어떻게 대할지 다소 걱정스럽다. 다행히 방통 대신 법정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등장하는 덕에 제갈량도 한시름 놓을 수 있으리라.

정말 아끼고 아끼며 보면서 국내 방송하기만을 기다렸는데, 얼마전에 보니 자막이 제작되고 있단다. 그 말인즉, 방송은 물 건너 갔다는 걸까?
아무튼 그간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자막이 없어 즐기지 못했는데 잘된 일일지도. 나야 좋은 화질로 볼 수 있기를 기다려왔는데 어쩔 수 없이 DVD 구입해야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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