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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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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뮤지컬과 음악

뮤지컬 엘리자벳 & 뮤지컬 위키드 & 뮤지컬 카르멘 & 뮤지컬 태양왕

by 와룡 2014. 11. 9.

오랫동안 글을 안 써서 그 동안 미뤄뒀던 것을 통째로 써 보기로 한다.

정말 오래오래오래오래 전에 본 뮤지컬 <엘리자벳>.


엘리자벳 초회 공연 때, 웬만은 뮤지컬은 다 보고 더는 볼 게 없는 상황에서 김선영과 류정한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보러 갔었다.


솔직히 나는 요런 식의 뮤지컬이 싫다. 겨우 2~3시간의 공연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모두 보여주고자 하는 뮤지컬. 기본적으로 그 이야기에 대한 지식이 있거나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뮤지컬이다.

대표적으로 <에비타>가 그랬다. 노래가 좋기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난 솔직히 그걸 보면서 정신이 없었다. 

두 번째는 <모차르트>. 이건 할 말을 잃었다. 어느 조사에서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 1위가 <모차르트>라고 나왔기에 경악을 했더랬다. 

이 외에도 좀 더 있었겠지만, 재미없었던 걸로 손꼽는 두 개를 들어보았다. <엘리자벳>은 세 번째 쯤 되려나.


솔직히 엘리자벳은 메인테마곡 <나는 나만의 것>이 아니면 볼 것이 없는 작품이다. 황제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구속받는 삶이 싫었던 엘리자벳은 결국 아들까지 팽개치고 (물론 초반엔 아들을 빼앗겼지만) 세상을 떠돌다가 아들의 죽음마저 목격하지 못한다.

난 황태자 루돌프가 무척 가여웠다. 도와달라고 부탁하러 간 엄마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하고 자살한 황태자. 그 엄마는 아들이 찾아왔을 때는 그렇게 냉정하더니 막상 죽었다고 하자 왜 저렇게 슬피 우는가.


엘리자벳 황후는 약간의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면이 그녀를 이상한 행동을 하게끔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극에서 그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류정한이 연기한 죽음. 혹자는 '개 폼'이라고 평가한 역할이다. 요즘 여자 주인공인 뮤지컬 들이 많아 제대로 된 남자 역할이 나오지 않아서 류정한의 재능이 다소 썩고 있는 게 아닌가 느껴진다.


<나는 나만의 것>이이야 말로 이 작품을 살린 유일한 곡이다. 극 자체는 엘리자벳의 영혼을 담지 못했지만 이 노래 하나로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구나 김선영의 노래 솜씨는... 이 역할로 옥주현은 여우 주연상을 탔다. 난 김선영과 옥주현을 둘 다 봤는데, 이 노래만큼은 김선영이 나았다. 녹음된 것을 들어보면, 김선영은 마지막 고음 부분을 낮춰 부르고 옥주현은 그대로 부르는 데, 실제 공연에서는 옥주현도 낮춰 불렀다. (내가 본 날만 그랬나? 뮤지컬 어워드에서는 원곡(?)대로 부르긴 했다)


김선영의 <나는 나만의 것> (출처: 네이버캐스트)


어쨌거나 이 곡만 마음에 들어서 음원을 구입하려고 보니 개별 판매는 하지 않는다는 것. 공연 끝난지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안 풀려 있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김소현 배우 주연으로 2회차 공연까지 마무리되었다.


이어서 뮤지컬 <위키드>를 봤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보니 공연한다는 말만 듣고도 가슴이 설렜다. 게다가 누구나 그랬듯이 정선아의 글린다 역이 확정되어 더 흥분했다. 엘리자벳을 두 번째 봤을 때 루케니 역의 이지훈이 꽤 연기를 잘해서 위키드에 나오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아담 램버트도 위키드에서 피에로 역을 했다는 것!)


그렇게 기대에 가득 차서 보러 간 공연에서, 솔직히 난 아무 감동도 받지 못했다.

왜지? 분명히 우스운 장면도 많고 이야기 진행도 빨라서 시간도 잘 갔는데...

아마 난 주인공 엘파바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같이 보러 간 사람과 분석해봤는데, 우리가 이미 동심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뮤지컬 위키드는 애들 이야기다. 나처럼 동심을 잃은 성인은, 엘파바와 글린다가 왜 서로 적대하는 척 해야 했는지, 피에로가 왜 갑자기 엘파바에게 마음을 주게 되었는지, 엘파바가 갑자기 날아오르는 게 왜 그렇게 감동적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어려움 모르는 어린 아이들만의 고민과 사랑일 뿐이구나, 하는 것 뿐.




(출처: 네이버캐스트)


보러간 사람들 몇 명에게 물어봤는데, 다들 나 처럼 그렇게 감동적이지 않았단다. 물론 너무 감동적이라 몇 번이나 보러 간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아마도 취향을 많이 타는 작품인 것 같다.

게다가 노래도 별로.


출처: 네이버캐스트


기억에 남는 것은 <Popular><Defying gravity> 정도. 브로드웨이 캐스팅 OST를 들어보면 엘파바 역이 <겨울왕국>의 엘사역을 맡은 이리나 멘델이다. 곡 자체도 수다스럽고 그녀의 목소리 또한 가늘고 딱딱거려서 들어도 신나거나 쉽게 따라부를 수 없는 곡이다. 

너무 혹평을 했지만, 말했듯이 이 작품은 사람 취향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도 무척 많다는 사실.


뮤지컬 <카르멘>은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이번에도 역시 류정한 때문에 보러갔다가 류정한이 실력을 발휘할만한 노래가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돌아온 작품.


카르멘 역은 차지연 씨가 맡았다. 사실 차지연의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원래 저렇게 연기가 어색한가 싶어 깜짝 놀랐다. 물론 노래는 정말 잘 불렀다. 지금은 잊었지만 그녀의 메인 테마였던 신나는 춤곡은 특히 멋있었다. 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 대사를 할 때마다 우스워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출처: 네이버캐스트)


뮤지컬 <태양왕>은 어쩌다 보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프랑스 왕정 시대를 좋아하다보니 우연히 보러 갔던가?

제대한 신성록이 다시 무대에 선다고 해서 어떤가 해서 보러 갔던가?


아무튼 <태양왕> 역시 앞서 말한 <에비타><모차르트><엘리자벳>에 이은 서사시같은 인생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보고 나서 인터넷 감상글을 읽어보니 원작을 많이 바꾸는 바람에 이 모양이 되었다고 한다. 원작은 좀 더 루이의 인생을 잘 표현했다는데, 우리 나라 공연에서는 저 남자는 왜 자꾸 왕이 되리라 노래만 부르면서 여자를 갈아치우는지 이해할 수 가 없었다.


신성록의 카리스마는 괜찮았지만, 역할 자체가 별로였다. 줏대도 없고 매력도 없고. 노래는 또 왜 저렇게 간드러지는지. 태양왕이라면 좀 더 힘차게 불러야 좋을 것 같은데. 물론 이 노래는 원곡을 들어봐도 가성을 강조한 간드러진 노래이긴 했다. 전쟁 씬에서 보포르 공작과 함께 부르는 노래는 그나마 힘도 있고 괜찮았던 것 같다.



요즘 뮤지컬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EMK에서 아이돌을 앞세워 온갖 종류의 유럽 뮤지컬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 중에서 성공한 게 몇개나 되는지 모르겠다. 나도 새로운 걸 좋아하다보니 EMK가 들여오는 것들을 많이 보긴 하지만, 솔직히 상품성을 믿고 가져오는 건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요즘은 EMK 기획이라고 하면 평가부터 들어보고 보자는 주의다.

지금도 <마리앙투아네트>가 공연중이다. 나만한 나이 때 여자는 <베르사이유의 장미>라는 만화를 한 번 쯤을 봤을 것이다. 나도 그 만화를 보고 프랑스 혁명을 배운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래서 당시의 역사에 매우 관심이 있어서 이 공연을 눈여겨 봤다. 하지만 막이 오른 지금 그 평가는 역시나.

그래도 옥주현, 김소현, 차지연, 윤형렬, 민영기 등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또 요즘 볼 것이 없으니 제일 뒷자리에서나마 한 번 볼까 말까 고민에 빠진 상태다.


말했다시피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그래도 이젠 새로운 것보다 성공한 작품들을 재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행히 오디뮤지컬에서 <지킬앤하이드><드림걸즈>를 재연할 예정이란다! <지킬앤하이드>는 너무 많이 봐서 살짝 질렸었지만, 요즘 뮤지컬에 지친 지금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드림걸즈>는 언제 또 하나 눈이 빠지게 기다렸던 작품이라 기대가 크다. 정선아가 또 나와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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