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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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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잡설

제황(帝皇)의 길은 무엇일까, <제황서>

by 와룡 2021. 4. 11.

 

제황서 책 표지

 

오랜만에 책 소개글을 써 본다.

작가 성령이 쓴 가상 역사 정치 무협 로맨스 소설, <제황서(帝皇书)>다. 이처럼 복잡한 수식어가 들어간 까닭은, 이걸 두고 "무협"이라고 하기에는 정치가 너무 많고, "정치"라고 하기에는 또 로맨스 색채가 다분한 데다 "로맨스”라고 하기에는 강호를 완전히 배제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대강 이런 내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도록 모든 요소를 다 넣어서 수식해보았다.

내가 <제황서>를 알게 된 것은 당당 도서앱의 추천을 통해서다. 아무래도 역사/정치물을 좋아하다 보니 소갯말만 보고 덜컥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부가 제법 임팩트 있는 데다 남녀 주인공이 내게는 꽤 매력적이어서 금세 빠져들었다. 당시를 전후로 당당왕이 추천했던 책 목록에는 <석화지>, <여포두>가 들어있었다. (그밖에는 <천자모>, <구황숙> 등이 있었다) 중국 소설 깨나 읽는 독자라면 이 두 작품이 이미 국내 출판되었고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 거다. <제황서>를 볼 때만 해도 국내에 알려지거나 출판된 중국 장르 소설은 대부분 진강문학성이나 기점중문망 작품(또는 드라마화된 작품)이었다. 국내에서 중국 장르 소설 파이가 늘어나고 중국 출판사가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기 시작한 후부터 다른 플랫폼의 유명 작품도 차차 알려지게 되었는데, 그 대표가 <석화지>다. 석화지는 중국 연재처에서도 인기가 많았고 마음 따뜻해진다는 독자평이 있어서 나도 다음 추천 목록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국내에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 어쨌거나, <제황서>가 이처럼 재미있는데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런 플랫폼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황서>는 도입부가 참 흥미롭다.

나라도 함부로 못하는 산채, 안락채의 여도적이 글을 보내, 나라의 태자가 잘 생겼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자신을 동궁의 비로 삼아주면 조정에 귀순하겠다고 하자 조정에서는 이를 두고 한바탕 토론이 벌어진다. 여도적 임안락. 강력한 수군 3만을 거느린 데다 어떤 싸움에서도 진 적이 없다는 유명한 (도적) 장수. 그녀를 휘하에 거둘 수 있다면 자신 하나쯤 희생할 수 있다는 태자. 그렇다면 기꺼이 받아줄 수 있겠다며 동궁의 유인(동궁의 후비)으로 삼자는 황제. 아니, 아니. 임안락이 원하는 건 유인이 아니라 태자비라며 허겁지겁 오해를 바로잡는 전령. 아무리 그래도 훗날의 국모가 될 자리에 도적을 앉힐 수는 없다며 놀라 하는 신하들. 다행히 임안락은 태자비가 되지 못하면 그냥 장수로나 삼아달라며, 장수로서 공을 세워 떳떳하게 태자비가 되겠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렇게 해서 오랫동안 조정에 맞서 싸우던 진남의 여도적 임안락은 정식 관리가 되어 경성에 들어가는데....

여기에 또 다른 이야기가 끼어든다. 현 황제 가녕제가 즉위하기도 전에 태조의 명으로 이미 다음 후계자로 봉해진 우리의 잘 생기고 온유하신 태자 한엽에게는 어째서 아직 태자비가 없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이 궁금하다면 태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중원에 대정이라는 나라를 세운 태조 한자안. 그가 수십 년에 걸친 중원의 혼란을 잠재우고 북방을 통일할 때쯤, 남방은 이미 제씨 가문의 가주 제성천 휘하에 들어있었다. 바야흐로 천하의 주인을 가름하기 위한 남북 대 전쟁이 벌어지려는데, 웬걸, 제성천은 기꺼이 한자안에게 남방을 바쳤다. 한자안은 그 은혜를 기리고자 제씨 가문을 황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귀한 가문으로 대하고, 제성천의 조카 제영녕을 정안후로 삼아 아들인 한중원과 마찬가지로 제위를 계승할 자격을 부여했다. 당연히 제성천과 제영녕은 이를 극구 거절했고, 임종을 맞이한 태조는 한중원을 후계자로 결정하는 한편 그 아들 한엽을 태자로 세우고 제영녕의 딸 제재원을 태자비로 삼으라는 유조를 내렸다. 

그 어명이 순조로이 집행되었다면 이 소설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제씨 가문은 역모로 인해 멸망하고 태조의 유지를 받은 제재원만 살아남아 평생 태산의 국사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태자 한엽은 태조의 유지가 있는 한 자신의 짝은 제재원뿐이라며 십 년 넘도록 혼인을 거부하고 석 달에 한 번씩 태산에 선물을 보내며 그녀의 환궁을 기다리고 있다....

한엽, 임안락, 제재원. 한자안과 제성천. 그리고 한중원과 제영녕.

<제황서>를 읽다 보면 책의 제목처럼 제황, 즉 황제의 길이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어찌 보면 궁중 정치물에서 늘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해서 뻔할 수 있는데, <제황서>는 색다르게도 그 황제의 길을 걸을 사람을 여자로 내세웠다. 스포가 될까 봐 상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제성천과 한자안, 제재원과 한엽에게서 유사한 듯 다르게 펼쳐지는 운명의 반복도 남다르다. 

이 소설을 보면 <학려화정>, <랑야방>이 떠오른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고 감동받은 작품이다 보니 <제황서>에도 정이 많이 간다. 만약 나처럼 이 둘을 좋아했다면, 혹은 정치 무협 로맨스를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꽤 잘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두 작품 모두 결국 주인공은 남자다. 비록 가상 역사라고는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치든 복수든 남성 위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황서>는 다르다. 중국 독자평을 보면 여자 랑야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아직 기억하시나요, 랑야방? (출처: http://www.87g.com/zixun/61502.html)
정치 싸움을 다룬 작품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학려화정 (출처: https://new.qq.com/omn/20200113/20200113A0L21V00.html?pc)

 


<제황서>를 볼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여서 추천하기가 살짝 걱정스럽기는 했는데, 다행히 최근 들어 같은 작가의 작품 <상고>가 <천고결진>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나왔다. 요즘 인기 장르인 선협 로맨스이며, 작가 성령의 작품 중에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드라마 <천고결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저기 나오는 "천고"가 천고서랑의 "천고"랑 같다 ^^;

 

그리고 작년 말쯤에야 마침내 <제황서> 드라마 제작 소식이 떴다. 한 4년 전에 판권이 팔렸으나 이런저런 일로 제작이 미뤄지다가 드디어 나온 것이다. 4년 전만 해도 양쯔와 샤오잔이 주인공으로 언급되었는데, 요번 발표에서 원빙연이 거론되더니, 끝내는 디리러바가 여주인공으로 결정되었다. 남주인공은 공준, 진성욱과 컨택 중이라고 한다.

디리러바는 본 적이 없지만, 최근 관심 갖는 드라마 <장가행>의 주인공으로 낙점되어 예고편을 봤을 땐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남자 주인공 물망에 오른 사람들은 아직 본 적이 없으나, <경여년>에 나온 샤오잔이 한엽 캐릭터와 퍽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샤오잔이 아니라는 사실에 살짝 아쉬운 마음이 있다. 아마도 샤오잔은 그 사이 인기가 급격히 올라서 이미 다른 작품이 줄을 섰으리라 짐작이 간다. (어떤 웨이보에서는 샤오잔과도 접촉 중이라는 말도 있다. 나는 이쪽을 좀 더 응원한다.)

 

디리러바. 이렇게 예뻐도 되나요? (출처: https://www.163.com/dy/article/G728CTQQ0517BE9C.html)
드라마 <장가행>에서 디리러바. 살아남은 이건성의 딸로 등장한다. (출처: https://www.163.com/dy/article/G728CTQQ0517BE9C.html)

 

드라마는 <안락전>으로 제목을 바꾸고, <화천골>, <상고정가>, <검왕조> 등을 맡았던 효준이 각본을 쓴다. (<천고결진> 때와 유사하다면 작가가 직접 각본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학려화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랑야방 정도는 연출해줬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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