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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독후감

미들섹스, 제프리 유제니디스

by 와룡 2007. 1. 30.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사람들은 모두 웃기 시작한다. <미들섹스>라는 제목부터 뭔가 심상치않아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제목은 이 작품의 내용을 잘도 표현하고 있다. 단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을 뿐.

근친결혼에 의한 기형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고환이 안으로 숨겨져 있는 바람에 15년간 여자로 살아야 했단 칼리오페. 이미 사춘기를 겪은데다 나름대로는 일탈까지 해본 그녀인데, 놀랍게도 자신이 남자였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주인공이 그녀이기는 하지만, 이 소설은 그녀가 그녀로써, 즉 여자로써 살아야 했던 가족사를 옛날부터 되짚어 나간다. 그러면서 그 옛날 그리스와 터키의 싸움, 미국의 발전시대, 흑인폭동 등 그간 잘 몰랐던 여러가지 흥미로운 역사를 보여준다.

그녀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리스 한 시골에 살던 남매였다. 터키가 그리스를 침공(실제로는 터키의 지역이었던)하면서 그들은 사촌 수멜리나가 사는 미국으로 달아나기로 결정했다. 평소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남매는 아무도 자신들을 몰라보는 곳에서 완전히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사람들처럼 행동하면서 결혼식 까지 올려 부부가 된다.
미국으로 건너와서 그들은 아들 하나와 딸을 낳았고, 이들 중 아들은 수멜리나의 딸, 즉 자신의 사촌이 되는 테시와 사랑을 하게 된다.

순진하면서도 부드럽고 소년소녀 느낌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그리고 조금은 성숙하고 타락한 듯한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이 확실히 대비되면서, 이 책은 그 중심 내용인 칼리오페의 이야기보다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보였다. 이렇게 2대간에 걸친 근친결혼은, 할머니 데스데모나가 늘 두려워하던대로 벌을 내렸고, 그것은 바로 칼리오페가 기형이 되는 것이었다.

칼리오페를 치료한 의사는, 그녀가 비록 몸은 남자이지만 이미 15년동안 길들여져 여자의 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사실을 숨겨 그녀를 여자로 만들어주는 것이 더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칼리오페 자신은, 심리적으로도 이미 남자이지만 두려운 마음에 여자인척 행동해 왔던 것이라 그 결론에 불복하고 몰래 의사의 진단서를 봄으로써, 자신이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나이의 그녀, 아니 그는 성정체성의 문제보다는 자신이 괴물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작적 가출에 나선다.
그녀의 아버지는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많은 것을 버렸고, 결국에는 속임수에 당해 차사고로 죽음에 이른다. 이 죽음 장면은 오히려 평온하고 흥미로는 느낌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칼리오페는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도 깨달았다. 그 동안의 힘든 일은 여전히 그 마음 속에 남아 있지만, 그 때문에 여자들 앞에서 기가 죽는 그였지만, 그래도 결국은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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