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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독후감

배 이야기

by 와룡 2007.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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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대항해시대>라는 명작 게임에 푹 빠졌던 사람으로써, 처음 이 책을 펼쳐보고 단번에 흥미를 느꼈다.

게임도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은 그 작품. 실컷 즐기다 보면 눈만 감아도 세계지도가 머릿속에 떠올라서, 세계지리 과목 시험은 전혀 걱정없게 해 주었다.

그렇지만 <대항해시대>의 실제적인 소재인 '배'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름이야 어떻든, 돈만 생긴다면 일단 큰 배, 내구성이 강한 배를 구한다. 5개 함선을 모조리 최고 비싼 배로 채운 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렇지만 그 배들에도 특징이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이 책에는 <대항해시대>에 나오는 대부분의 배들, 카락과 프리깃에서부터 갤리, 갤리온, 카라벨, 전열함 등이 모두 등장한다. 별 차이가 없었으리라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나름대로 특징을 지닌 배들이다.

갤리선이 노예 인력으로만 움직였다는 부분을 읽고 나니 새삼 게임이 다시 하고 싶어진다. 정말 갤리선에는 선원을 많이 태워야만 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거다. 배화면에서 스피릿 세일이니 톱 세일이니 하던 자그마한 돛을 달 수 있었던 게 기억난다. 층층이 올라가는 가로돛 범선에서 저 많은 돛의 이름들이 어딘지 익숙하다는 것이 재미있다.

초기 배의 형태부터 시작하지만 주 이야기는 14~18 세기 유럽인 것 같다. 역사적 사건도 몇가지 기록하고 있어서, 잘 모르는 유럽사지만 나름 저런 일들이 있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배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때는 옛날 배나 지금 배나 똑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그 움직임을 이루는 동력원이 무엇이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인류이야기>를 쓴 사람이어서인지, 주제는 '사람'에 이르고 있다. 배의 발전사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배를 탄 선원들의 생활이 어떠했는지도 잘 섞여있다. 주로 비판적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크고 화려한 여객선을 즐길 수 있는 우리로써는 우리 선조들이 겪은 이야기를 전혀 몰라서도 안될 것이다.

그림이 많아서 이해하기 쉬운 책인데다, 나 처럼 게임을 통해서나마 배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을 것 같지만, 내용이 썩 눈을 끌 정도는 아닌것 같다. 내 느낌만 그런지 몰라도 번역투의 문장이 매우 눈에 거슬린다.

그나저나 <대항해시대>는 더이상 패키지로 나오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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