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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잡설

무협드라마 평론

by 와룡 2007. 1. 28.

<대인물> 찾다가 글 하나를 보고 재미있어서 올립니다. 중국 사람들도 저랑 비슷한 생각은 하는군요.
그래도 전 오경의 아비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연성벽 배우도 무척 맘에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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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간 CCTV는 <소오강호>를 촬영하면서 얼마나 멋진 작품인지 떠들썩하게 광고를 했다. 그러나 방영이 시작되자 시청자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또 속았구나!”
하지만 내 심정은 이렇다. 김용의 팬들은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고룡에 비하면 김용 쪽은 몇 배나 행복한 셈이다. 돌이켜보면 최근 드라마화된 고룡의 소설은 나를 무척 우울하게 만들었다
  초은준이 이심환을 맡았다고 했을때부터 벌써 실망은 했었다. 곱슬머리까지는 참을 수 있지만 (장국영이 연기한 탁일항에 대한 존경의 표시일까?) 제발이지 걸핏하면 “아아, 이심환, 또 한 여자를 울렸구나!”라는 대사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닭살이다)
  오경이 연기한 아비에 대해선 참 할말이 없다. 분위기와 모습이 다른 것은 그렇다 치자. 그렇지만 오경은 본래부터 영특하게 생긴 얼굴이 아닌데, 왜 그토록 바보스럽게 그려놓은 것일까? 제일 웃긴 건, 몇 번의 우여곡절끝에 임시음이 그에게 오해를 풀 수 있는 편지를 써서 손소홍을 통해 보여주었을 때 한 말이다. “사실 난 글을 몰라.” 쓴웃음이 나왔다. 각본을 쓴 사람이 무척 창의적이라고 할 수밖에.
  초은준 주연의 소리비도에 나온 임선아는 질투할 만한 외모가 아니었다. 그녀가 무림제일미녀라면야 강호는 무척 평온했을 것이다.
소장은 대만의 제일미녀로 칭해진다. 그녀가 임시음을 연기하는 것은 괜찮았지만, 어째서 늘상 머리에 부채를 꽂고 나온 것일까? ( 나중에 용소운을 떠난 후에는 그릇으로 바뀌었다)
<삼소야의 검>에서 연십삼은 금군 총사령관이 된 후부터는 박쥐같이 꾸미고 나왔다. 차라리 제목을 <비천한 삼소야>로 바꾸는 게 좋겠다.
  <무림외사>는 어떤가! 당시 <황제의 딸>이 유행했기 때문인지 주칠칠은 자신이 제비인줄로 알고 있었고, 백비비는 마치 <서유기>에 나올듯한 모습이었다.
  최근작품인 <비도, 우견비도>를 보자. 첫회만 보았는데도 곧 ‘<영웅>이잖아?’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감독은 두가풍의 팬이 틀림없다. 장지림이 못생긴 건 아니지만, 이괴의 아버지를 연기할 정도의 나이 아닌가.
임지령이 주연을 한 <육소봉>은 가히 공포였다. 콧수염 두 개를 붙인다고 육소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명순은 확실히 잘생긴 배우지만, 서문취설 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화만루의 얼굴도 시청자에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소십일랑>. 오기륭은 미남자요, 주인도 미녀다. 그렇지만 그걸로 다가 아니다. 더욱이 풍사랑같이 멋진 여자를 그렇게 만들어 놓다니. 연성벽의 경우 앞부분에서는 도적같이 나오고 뒷부분에서는 요괴같이 나왔다. 사촌동생은 연성벽을 연기한 배우에 완전히 반해 남자가 저정도는 되야 미남이라고 할 수 있다 했지만, 나는 아니다. (품위가 없다)
  <대인물>은 <평범한 양대두>로 제목이 바뀌었다. (과연 간단하고 명료하다. 게다가 어딘지 바보스럽다). 이 방식에 따른다면 <초류향전기>는 <축농증환자>, <신조협려>는 <잘생긴 양외팔이>가 되어야 겠다.
임현제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양총두(洋葱头)역을 잘해냈으면 되었지, 뜻밖에도 초류향 연기에 도전하다니!!! 무화가 장위건이라니 울 수도 없고…
  그래도 내 사촌동생은 임지령과 소유붕의 <절대쌍교>를 본 후 고룡의 작품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난 아니다.
  고룡의 소설을 드라마화 한 것 중 사상 최악의 각색은 바로 <책마소서풍(策马啸西风 )>이다. 부홍설의 봉두난발을 보았을 때 감독이 실수를 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개 빼먹은 것도 있을 것이다. 왜 최근 고룡의 작품이 다들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나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괴로워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자학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것일까?
  사실 나는 고룡의 소설은 드라마화하는데 꼭 맞다고 생각한다. 문장에 영상미와 희극성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대화도 극본 대사화하기 좋다. 그래서 옛날 홍콩 작품에는 늘 고룡의 그림자가 묻어있다.
예를 들어 서극의 <동방불패>는 고룡의 정취가 가득하다.특히 임아행의 대사 “사람이 있는 곳이 강호이다. 사람이 곧 강호다.”는 그야말로 고룡의 대사이다.
왕가위의 <동사서독>에서도 개인적으로는 고룡을 느낄 수 있었다. 눈먼 무사의 말, “술은 마실수록 따뜻해지고, 물은 마실수록 차가워진다”는 고룡의 소설에서 본 듯한 대사이다. 어디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두기봉도 다를바 없다. <암화>를 보면서 나는 고룡을 느꼈다. 나중에 은하의 작품을 접하며 고룡의 후기 풍격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주성성도 있다. 그는 고룡의 팬이 틀림없다. <당백호점추향>에서 그는 먼저 <패왕창>의 정경을 보여주었고 이어 소리비도로 웃음을 자아냈다. 당백호의 어머니는 병기보에서 소리비도의 어머니를 제일로 놓았다. 그러자 당백호는 깨달음을 얻어 이렇게 말한다. “아아, 원래 소리비도 엄마의 비도가 천하제일이었군.”
<대내밀탐>에서는 결전자금성이 나온다. 서문취설과 육소봉, 화만루, 엽고성까지 비위에 거슬리는 아저씨들이 맡았다. 서문취설은 이렇게 말한다. “세속의 눈으로는 대협이란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되겠지. 허나 대협은 머리가 벗겨질수도 없단 말인가?” (나는 거의 넘어갔다).
<대활서유>에서 춘십삼랑이 목욕하는 장면은 풍사랑의 그것이었다. 그리고 “금전이 떨어지면 머리도 붙어있지 못한다”는 구호는 바로 변태적인 상관금홍의 말이었다.
<국산007>에서 007은 늘 자신이 소리비도의 전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항상 허풍을 치면서 “비는 소리비도의 비, 도는 소리비도의 도”라고 하는 것이다.
  내 마음속의 배역은 아래와 같다.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지금으로선 최적인 것 같다.
이심환 – 양조위. 더 말할 필요가 있는가?
임시음 – 장만옥. 역시 이유가 필요없다.
용소운(大) – 여명. 어딘지 불운한 듯 한 모습이 있다.
  상관금홍 – 오진우 절대적으로 암울한 눈빛, 잔인한 기질, 신경질적인 느낌. 원래는 황추생이라 생각했지만 형무명을 연기하는 동안 반했다.
  아비 – 고천락. 고천락도 많이 늙었고 야성이 너무 짙다. 그렇지만 그 입술에서 고집이 느껴지며 눈빛이며 표정이 없는 것이 냉혹해 보인다.
  사공적성 – 두문택. 귀여운 사람에다 장난스럽다. 사공적성은 스스로를 절대미남자라고 생각하니 금성무도 괜찮을 것 같다. (<신투첩영>에서!)
  연성벽 – 금성무. 잘 어울리지 않는가? 귀족기질이 있다.
  손옥백 – 황추생. 잘 할 것 같다.
  임선아 – 주선. 장백지가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진과의 <홍콩에도 할리우드가 있다<를 본 후 주신이 매우 연기를 잘한다고 느껴졌다. 마음은 냉혹하고 겉으론 천진한 기녀 역할에 딱 어울린다.
  손소홍 – 채탁연. TWINS의 아가씨로 무척 예쁘다. 허나 양조위가 이심환을 한다면 마치 부녀 같은 느낌이다.
  용소운 – 황우남. 매우 귀여운 소년.
  호철화 – 장학우. 수염 기른 것을 보자마자 생각났다.
  중원일점홍 – 오산조. 중원일점홍에서 조금 더 나가면 서문취설이다. 오산조라면 어울린다.
  엽고성 – 유덕화. <결전자금성>때문은 아니다.
  엽상 – 진소춘. 진소춘은 잘생기진 않았지만 엽상의 절망적인 모습에 어울린다.
  그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초류향을 한 정소추처럼 딱맞는 배우가 드물다. 어쩜 가장 만족스러운 모습은 우리의 꿈속에나 있는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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