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뮤지컬이니 엄청난 감동이니 하는 수식어로 장식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캐스팅의 내한공연을 본 일부 사람들로부터 극찬도 들었겠다, 개인적으로는 오리지널보다 한국어 버전을 좋아하겠다 해서 한 번 관람해 보았다.
너무 비싼 가격때문에 좋은 좌석에서 보지는 못하고 높디 높은 3층에서 관람했는데, 스타 배우가 없었던 탓인지 가격이 높았던 탓인지 거의 비어 있었다. (물론 제일 비싼 좌석이 즐비한 1층은 꽉 차 있었지만)
바다가 여주인공이라기에 일부러 그녀가 출연하는 공연을 선택했다. 가수나 배우들이 뮤지컬 한답시고 아무나 나오는 건 별로지만, 바다야 노래를 워낙 잘 하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모두' 노래로 이루어진 뮤지컬이다. 연기나 대사가 좀 있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계속 울려퍼지는 웅장한 북소리며 신나는 음악들 덕분에 별로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1막은 약간 지루한 편이다. 노래만 계속하다보니 진행상황을 잘 모르겠고, 시인 그랭구아르가 줄거리를 읊는 듯 하는 부분이 어쩐지 에비타의 실패를 떠올리게 했다. 신나는 음악과 화려하고도 힘이 넘치는 댄스, 그랭구아르와 클로팽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대단한 노래실력에도 불구하고,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노래가 없다는 것 또한 아쉬웠다. 노래나 댄스만 감상하기에는 3층이라는 좌석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약간 지루하던 1막이 끝나고 2막에 이르자, 줄거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체적인 내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세 남자 들 중 한 사람은 그녀의 사랑을 얻었지만 결국은 버리고, 한 사람은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해 그녀를 죽이려 든다. 오로지 콰지모도만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녀를 도와주려고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비극적인 결말 때문에 약간 가엾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 정도로 감동적이라고 평하긴 어려울 것 같다. 내가 본 뮤지컬 중에서 <지킬앤하이드>와 <라이온킹>을 제외하고는 '감동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은 없는 듯 하다. 물론 지겨울 정도로 재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10만원을 호가하는 돈을 지불하고 볼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류정한의 차기작 <이블데드>를 볼 계획이지만, 지난번처럼 많은 기대는 하지 않는다. 워낙 감동적인 작품들에 대한 인상이 깊다보니 수작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실망을 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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