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힘들여 구한 게임인데 다소 실망스럽다.
헌원검은 본편과 외전이 거의 반반이지만, 외전이라고 해서 신경을 덜 쓴 적 없던 것 같은데, 이 <운지요>는 그야말로 외전격이어서 결말이 허무했다.
<운지요>는 <한지운>의 외전이다.
시간적으로는 <한지운>보다 앞 선, 제갈량의 1차 북벌부터 시작한다.
주인공 서모운은 서서의 양자이자 장합의 제자로, 검기를 가진 헌원검의 환생이다. 어려서 만난 난인에게 도움을 받았고, 그 인연으로 난인과 함께 장합의 제자가 되었다. 확실히 말하지 않았지만, 난인은 헌원검을 모시던 선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녀와 의를 맺은 지인도 오래 전에 검을 시중했다고 했으니까.
아무튼 위나라에서 자랐고, 조예와 결의형제를 맺은 만큼, 지방에서 할거하는 촉한과 오를 무척 미워하고 있다.
조예가 황위에 오르고 제갈량이 북벌을 시작하자 서모운은 난인, 지인, 구유 등과 함께 촉한의 침략에 맞선다.
조운을 찾아온 횡애
지난번 <한지운>에서 주인공 일행을 막은 사람들이 조예가 이끄는 동작존자들인데 반해, 이 <운지요>에서 서모운 일행을 막는 것은 촉한의 '기관 고수'라고 자칭하는 황한경, 서완아 부부와 비정이다. 왜 <한지운>에는 등장하지 않았나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그들은 비우 부대 중 비부대 대원들이었다. 이제와서 <한지운> 화면을 찾아보니, 확실히 몇 사람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게 보인다.
황한경과 아내 서완아. 황한경은 비부대의 축리다.
오랜만에 본 단몽
이번엔 운용을 잘못했는지 여러번 게임 오버 당했다. 아니면 난이도가 좀 높아졌기 때문인가.
전체적인 시스템은 <한지운>과 비슷하다. 캐릭터의 성격(특수 능력을 발휘하는)은 없어졌지만, 극성인 적을 공격할 때 마우스를 잘 누르면 2차 공격을 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NPC를 얻는 방법은 판별 능력을 사용해 판별 지수가 100이 되면 구입할 수 있게 바뀌었다. 또 진형을 채용해서 뒷 줄에 있는 사람은 방어력이 다소 높게 책정된다. 공격 기술 중에도 앞 줄, 혹은 뒷 줄만 공격하는 것이 있는데, 적도 마찬가지므로 적이 뒷 줄 공격만 쓸 줄 아는 경우엔 모두 앞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피할 수 있다.
초반 회복은 난인이 담당하는데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단체 회복 기술이 없어 애를 먹었다. 그제야 초반에 나타났던 의사 순우환이 왜 파티에 안들어오나 싶었다.
<헌원검>은 자유도가 거의 없어서 기본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파티를 만나게 되어 있는데, <운지요>는 큰 줄기에서 얻는 파티는 난인, 지인, 구유, 한룡 정도고 순우환, 누상, 옥풍은 일부러 찾아가야만 만날 수 있다. 게임 중반이 넘어서야 그걸 알고 세 사람을 찾아갔더니 레벨 차가 최대 20 정도나 났다.
하긴, 데리고 다니기만 해도 경험치를 얻는 시스템이고 보니 셋을 찾아 이런 저런 퀘스트를 진행하고 마지막에 이르니 거의 비슷해지긴 했다.
겨우 다 모은 파티원들
파티의 구성도 <한지운>과 비슷하다.
난인 - 검 공격을 사용하며 간단한 회복 기술이 있다. <한지운>의 사도장과 비슷한 역할이지만 초반부터 등장하므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절기는 기절한 사람을 포함해서 전원의 생명을 완전 회복하는 것. 앞줄 공격이 많다.
지인 - 음/양 두 속성의 마법 공격을 사용하며 뒷줄 공격이 많다. <한지운>의 청명 도사와 유사하며, 역시 강력한 공격력을 발휘해서 마법치 쓰는 게 아까울 정도다. 게다가 크리티컬이 잘 발생해서 왠만한 NPC는 중급 마법만 써줘도 즉사. 아주 마음에 들어서 자주 데리고 다닌 캐릭터다. 강에서 반아를 만나다 조예에게 빠져든 반아 최후의 적, 마화한 비정(상횡) 동작존자 구성원들
순우환 - 직업이 의사이니 다양한 회복 기술을 가지고 있다. 무속성 공격 기술도 있어서 스타일은 <한지운>의 도유와 비슷하다. 신녀의 저주를 받아 집안 대대로 병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체력이 너무 약해서, 강력 공격을 한 대 맞으면 픽 쓰러지기 일쑤. 게임 후반이 되어도 체력치가 서모운의 반도 안된다. 하지만 뽀얀 얼굴에 싸가지 없는 성격이 내 취향이라 끝까지 데리고 다녔다. 특이하게도 절기가 공격 기술이다.
누상 - 두 개의 고리를 이용한 물리 공격을 하며 앞줄 공격이 많다. 여자 캐릭터 중에 3D그래픽이 제일 엉망이라고 생각된다. 2D로 캐리커쳐한 걸 보면 예쁜데, 싸울 때 모습은 별로. <한지운>의 단몽과 유사한 캐릭터로 만든 것 같은데 그녀보다는 공격력이 약하다. 게다가 프로그램을 어떻게 짰는지 일부 기술에서는 그래픽 효과가 들어가면서 무지하게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나중에 조예의 비파 연주에 빠져 그에게 가담하는 반아지만, 파티와는 무관하다.
1차 북벌이 실패한 후 조운은 위기를 깨닫고 비우 부대를 조직하기로 결심한다. 그 때 그의 오랜 친구라는(아마 형주에서 제갈량과의 인연으로 만났으리라) 생아, 즉 횡애가 우부대에 들어왔고, 촉한에 종사하고 있던 황모보운도 들어왔던 모양이다.
<한지운>의 줄거리를 되짚어보면, 장합은 사마의의 계략에 빠져 촉군을 뒤쫓다가 혈기 넘치는 손자가 잡히는 바람에 그를 구하러 가다 죽는다. 주인공 서모운의 어렸을 적 친구인 장호가 장합의 손자이다보니 그가 잡히는 건가 생각했다.
하지만, <운지요>는 외전이라는 틀을 철저히 지켜, 시간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한지운>과 겹치는 부분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장합이 죽기도 전에 끝난다.
장호가 전사하자 흥분한 서모운은 검기의 능력을 깨우쳐(실은 반아가 도와줬지만) 막강한 힘으로 황한경을 죽이고 그 아들을 인질로 삼는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 비부대가 출동하지만, 서모운이 워낙 강해져 있어 비정도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 후 서완아가 아들을 풀어주면 위나라에 투항하겠다고 속여 서모운과 함께 죽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서모운은 괴물같이 살아났다.
서모운이 친구를 죽인 비부대에 복수하려는 것처럼, 비정 역시 친구들을 죽인 서모운에게 복수하기 위해 스승의 힘을 빌어 마화한다. <한지운>에서도 적의존자가 마화했었는데, 최종 보스마저 비슷하다.
비정을 해치우면, 서모운은 전쟁이 이런것이구나를 깨달으며 난인과 함께 죽은 장호를 그리워한다.
<헌원검> 답지 않게 아무런 반전이 없는 결론에 무척 실망했다. <한지운>에서 백의존자였던 서모운을 꽤 마음에 들어해서 그의 카리스마를 기대했는데, 영 어린아이 같아서 매력을 느끼지도 못했다(그러고보니 <한지운>에서의 모습은 어쌔신 크리드의 주인공과 비슷한 것 같다. 따라했나?).
횡애의 등장과 못 보던 비부대의 인물들이 뜻밖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반갑고 신기했을 뿐, 전체적인 스토리는 기대보다 훨씬 못했다.
<한지운>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가 조금 남아서 <운지요>를 만든 것일까? <운지요>에 난인편과 오장원편이라는 추가팩이 있는데, 어쩌면 거기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여섯 명의 동작 존자 중에서 자의존자(조예), 백의존자(서모운), 적의존자(반아), 녹의존자(구유)는 누군지 짐작이 간다. 황의존자도 이름은 모르겠지만 플레이 중에 잠시 만난 적이 있다(그러고보니 왜 갑자기 사라졌지? 관련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았나보다).
그럼 나머지 한 명은 누굴까? 난인과 한룡도 포함되었다고 하던데, 본래는 일곱 명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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