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하기 전에도, 하고 나서도 말 많은 <나는 가수다>.
너무들 말이 많아서 나까지 포스팅하지는 말아야지 했었다.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흥분해서, 혹은 농담삼아 주고받던 말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논란'이 되고, 방송사는 '해명'하고.나는 초기 <나는 가수다> 멤버 보다는 최근 변화된 멤버가 훨씬 마음에 들어서, 시작할 때보다 지금의 <나는 가수다>를 더 좋아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가수다>를 통해 급 호감으로 돌아선 가수들도 있고.
나도 옥주현을 좋아하던 사람은 아니다. 사람 자체를 떠나서, 일단 음색이 내 취향이 아니고, 날카로운 고음이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핑클을 떠나 뮤지컬 무대에서 본 옥주현의 목소리는 좀 달랐다. 나도 처음 듣고 깜짝 놀랐다.
그녀의 뮤지컬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실력'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가수다> 출연을 반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오래 뮤지컬을 하다보니, <나는 가수다>에서도 대중 가요라기 보단 뮤지컬 곡같은 느낌이 많이 나긴 했다. 그래도 어떠랴. <나는 가수다>가 반드시 <나는 대중 가수다>는 아닌데. 그냥 <나는 감동을 주는 가수다> 아닌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나로선, 그냥 노래도 좋지만 뭔가 이야기가 있는 노래도 좋다. 내가 임재범의 <빈 잔>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옥주현이 <나는 가수다>에 뮤지컬 요소를 가져와 어떤 '반향'을 일으켜준다면, 언젠가는 <나는 뮤지컬 가수다>가 탄생해서 류정한이 <Alive> 한 곡 뽑아주지 않을까.
다행히 임재범 이후로 노래 자체보다는 전체적인 이야기와 공연 내용이 승부(?)의 중심이 되면서 뮤지컬 스러운 보여주기도 많아졌다. 김범수의 <님과 함께>나 JK김동욱의 <조율>이 그렇다.
BMK의 파워 있는 무대가 청중들에게 어필한다면, 김선영의 <A New Life>는 단박에 청중들을 휘어잡아 1위에 올려놓을 것이다. 박정현의 힘 있으면서도 귀엽고 예쁜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면, 정선아의 <My Strongest Suit>도 깜찍하게 보일 것이다.
나도 뮤지컬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일단 이 두 사람이 출연하면 분명 무대를 휩쓸어 기립 박수를 이끌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뮤지컬 얘기는 다음에 쓰고, 일단은 <나는 가수다> 이야기로 넘어간다.
나도 <나는 가수다>에 나온 임재범에게 확 반했다. 겨우 세 곡을 부르고 그만둔 것이 아쉽기는 여느 팬과 똑같지만, 내심 여기서 그만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말도 계속 들으면 지겨워지듯, 언젠가는 임재범도 그럴 것이다. <여러분>을 뛰어넘는 무대를 보여줄 확신이 있다면 몰라도, 최고의 자리에서 떠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최선의 선택일지도.
게다가 그의 출연은 다른 가수들에게 너무 잔인한 처사다. 난 천재를 동경하는 사람이지만, 천재가 일반 사람들과 함께 경쟁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을 듣는 순간, 임재범은 여기서 떠나주는 것이 다른 가수들에게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을 머금고.
하지만 그가 나가고 뒤를 이어 투입된 사람들은, 그의 파급 효과 때문에 이유도 없이 비난을 받았다.
옥주현이야 과거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으니 그렇다 치자. JK김동욱은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오페라스타>에서 JK김동욱이란 사람을 처음 봤지만, 꽤 마음에 들었다. 재치도 있고, 장난스러운 듯도 하면서 나름 승부욕을 가진 사람이다. <오페라스타>에서 2위에 머물렀을 때의 아쉬워하던 표정이 아직 기억난다(하지만, 내가 투표했어도 테이에게 했을 거다^^; <오페라스타> 시즌 2의 당면 과제는 테이같이 잘해낼 가수를 또 한 명 발굴할 수 있느냐가 아닐까?).
<오페라스타>에서 JK김동욱이 얼마나 대중의 사랑에 목말라하는지를 어렴풋이나마 느꼈기 때문일까, 난 그의 <비상> 무대가 무척 감동적이었다. 첫 방송에서 많은 청중들이 '누구냐?'고 서로 물을 만큼, 오랫동안 무명으로 지내던 한 가수의 '나도 세상에 나가 내 꿈을 보여줄거야'라는 노래가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JK김동욱의 무대를 좋아하는 것은, 그에게 이런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조율> 무대는 정말 환상이었는데, 갑자기 노래를 끊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저 멋진 무대를 이렇게 망치다니, 보는 내가 안타까울 정도면 본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난 스포일러를 보지 못했지만, 듣자니 그 전에 이미 옥주현과 JK김동욱의 재녹화니, 불공정이니 하는 말들이 있었단다.
옥주현은 본인의 실수와는 완전 무관한 일인데도 논란이 된 걸 보면 정말이지 어떻게든 그녀를 비난하려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JK김동욱은 스스로 노래를 멈추었으니 결국 본인을 탓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불공정 얘기가 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상금이 걸린 오디션도 아닌데, 무대에서 실수 한 번 했다고 무조건 탈락해야 하는 건가?
한 가수가 한 무대에서 두 번 노래한 것이 '특혜'라면, 대체 그 '특혜'로 그 사람이 얻는 것이 무엇일까?
다음 주에 한 번 더 출연해서 노래하는 것이, 그렇게나 대단한 '특혜'의 결과다.
노래를 멈춘 순간, 결국 하차로 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그랬다.
JK김동욱의 깊은 곳을 울리는 듯한 노래가 참 좋았는데 이 아쉬움을 어쩌나. 하긴, 저렇게 된 이상 버텨도 욕 먹기는 마찬가지였으리라.
또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매번 색다른 시도를 하는 멋쟁이 김범수가 <님과 함께>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은 무대를 선보였는데도, 이런 논란들 때문에 그 가치가 다소 퇴색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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