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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뮤지컬과 음악

뮤지컬 에비타

by 와룡 2007. 1. 28.

 우리 국사책에서 남미의 역사를 찾아보기란 힘들다.
그런면에서 어쩌면 에비타의 시대적 배경 자체게 우리에게 낯설어서 일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단체로 공연을 보러 간다기에 무엇보다 공짜이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뮤지컬이든 뭐든 영어란 질색인 나여서 돈주앙은 제쳐놓고 에비타에 한 표를 던졌다. 나름 캐스팅도 화려하고 유치할 것 같지도 않아서였다.

공연을 보러 가기 얼마 전, 친구로부터 에비타가 혹평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친구는 김선영을 무척 좋아했는데 내가 보러 가는 날은 배해선이 공연하던 날이었다. 김선영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배해선 역시 그다지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첫 장면부터 관이 등장하면서 웅장하고 무거운 음악이 흘러나와 기대는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동료들 중에는 조는 사람까지 있었다...-_-;;

우선 내용이 너무 산만하다. 그녀의 일생을 압축이라도 한 것처럼 시간안에 모든 얘기를 다 하려고 너무 힘들어보였다.
음악이 너무 시끄러워서인지 노랫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길디 긴 대사때문에 노래하는 배우들이 모두 숨차 보인다.
주연인 에비타의 목소리가 그다지 카리스마가 없다. 체 라고 하는, 실제로는 역의 중심인 그 사람, 사실 나는 왜 나와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장면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정부역의 배우는 어째서 더블캐스팅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배우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는데, 도무지 박수를 칠 기운이 나지 않았다. 열띤 호응, 기립박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관객을 보는 배우들도 얼마나 실망하고 좌절할까? 억지로라도 박수를 치고 싶지만 호응할 수가 없었다.

돌아와서 친구와 함께 노래를 들어보았다. 노래는 괜찮았다. 그게 더 놀랍다. 실제로는 듣기 좋은 노래가 몇 곡 있었는데, 공연 내내 그나마 감동스러운 곡은 <A New Argentina> 단 한곡 뿐이었다. 저 좋은 곡이 어째서 그 자리에서는 그렇게 밖에 들리지 않았을까?

뮤지컬이라고 하면 다 감동적이고, 웅장할 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던 것일까. 확실히 공연도 훌륭한 선택이 필요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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