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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

개인 출판 시대와 EPUB 3

by 와룡 2012. 2. 10.

화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화제를 만들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가.
얼마 전 애플이 iBooks 저작툴을 개발, 공개했다고 한창 떠들어댔던 기억이 난다. 그 전부터 교육용 서비스 어쩌고 하면서 꽤 떠들썩하게 예비 광고를 하고 있었더랬다.

결국 내 놓은 것은 iBooks의 저작툴 Author였다.
멀티미디어 컨텐츠로 이루어진 전자책인데다, 애플다운 미려한 디자인과 UX를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나는 맥 사용자가 아니니 써 볼 일은 없겠지만.

그리고 어제, SK 플래닛이 T스토어에서 판매할 전자책 저작툴을 공개했다. 마치 애플 iBooks의 대항마인것처럼 기사 제목을 뽑아놨던데, 사실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일단 애플 측은 '그네들만의 포맷'으로 된 멀티미디어 컨텐츠 개발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데 의미가 있고, SK 플래닛 측은 기존의 전자책 시장을 모바일로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애플에서 제공하는 저작툴은 멀티미디어 전자책, SK 플래닛이 제공하는 저작툴은 EPUB 전자책이라는 차이도 있다.

어쩌다 애플 뒤에 발표함으로써(혹은 광고를 제대로 했기 때문인지) 플래시 세례를 받은 이번 SK 플래닛의 전자책 개인 출판 서비스는, 사실 국내에서도 SK 플래닛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썼지만, 교보문고와 올레이북에서도 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전자책 오픈마켓인 유페이퍼에서도 EPUB 저작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개인 출판 하라고 난리니, 대체 얼마나 쉽게 책을 만들 수 있나 궁금해진다.
일단 판매자 승인이 없어도 저작 툴을 사용할 수 있는 교보문고 PubPle과 언제든지 저작 툴을 사용할 수 있는 유페이퍼, SK 플래닛의 Trade all books를 시도해봤다.


::교보문고 PubPle 저작 툴::

PubPle에는 PDF와 EPUB를 등록할 수 있다. PDF는 저작 툴을 제공하지 않고 미리 생성한 파일을 업로드하는 것으로 완료다. EPUB 에디터는 웹 기반의 저작 툴로, 크롬에서도 잘 돌아간다.

시험삼아 등록한 <차시환혼>이다. 표지는 교보문고에서 제공하는 템플릿을 사용했다. PDF와 EPUB를 모두 등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EPUB를 수정하려면 '편집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EPUB 편집 창의 왼쪽에 기본 설정과 목차를 입력하는 부분이 있다. 서식은 템플릿을 사용하거나 직접 작성할 수 있다.

내용 편집도 쉽다. 목차를 추가하면 간단한 에디터가 뜨고, 여기다 내용을 붙여넣으면 된다. 워드 파일에서 읽어오는 버튼이 있지만, 사용할 수 없다. EPUB 표준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복사해서 붙여넣으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완료하면 되지만...
안타깝게도, 게다가 실망스럽게도 미리 보기가 안된다. 비 승인 판매자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시험용으로 만든 EPUB를 볼 수 없다. 다운로드라도 받아지면 좋으련만.


::Trade all books::

홈페이지부터 이미 황급히 공개한 느낌이 난다. 막 시작한 서비스니 만큼 별다른 공지도 등록된 내용도 없다.
여기서 제공하는 저작 툴 역시 웹 기반이다. 뭘 보려면 무조건 회원가입이래서, 일단 가입을 했다.

새로 만들기와 변환하기를 지원한다. 변환하기는 워드 파일을 EPUB 형식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변환은 잘된다. 하지만 워드 파일의 목차를 판별하지는 않는다.
 

새로 만들기를 선택하면 저작 툴이 나타난다. PubPle 과 유사하게 목차 설정하는 곳와 글 쓰는 곳이 있다. 내용 붙여넣기는 잘 되지만, Ebook만들기에서 오류가 난다.
 

Trade all books는 미리보기를 제공하지만, 정말 뷰어에서 보는 것과 같을까...?
 




::유페이퍼::

유페이퍼의 저작 툴은 웹 기반이 아니라 설치해서 사용해야 한다.

새 프로젝트를 생성하고, WORK 항목에서 문서 가져오기를 선택했다. 워드 파일이나 HTML, TXT 파일을 지원한다. 
 

편집이 끝나면 '출판하기'를 눌러서 제목이나 저자, 표지 등을 입력한다.
 

설치 프로그램이다보니, 출력된 EPUB 파일을 볼 수 있다. 아래는 교보 e-서재에서 본 화면이다.
 



셋 다 기능은 비슷하다.
결과를 확인이 가능한 유페이퍼의 툴이 좀 더 편하긴 하지만, 이것으로 작성한 EPUB 파일을 곧장 교보문고나 Trade all books에서 바로 사용할 수 없다. 즉, 교보문고에서 판매하려면 교보문고 용으로 작성해야 하고, T 스토어에서 판매하려면 T 스토어 용으로 작성해야 한다.

원본 워드 문서는 이렇다.
 


EPUB 자체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생성한 전자책은 그리 미려하지 못하다. 때문에 EPUB 3가 등장했다. EPUB 3는 멀티미디어 전자책이다. HTML5와 CSS를 적용하여 깔끔한 서식을 지정할 수 있고, 음악이나 동영상도 첨부할 수 있다. 애플의 iBooks Author도 EPUB 3를 기반으로 했다(단, 표준을 완벽히 따르지 않았으므로 다른 기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나도 EPUB 3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EPUB 3 저작툴도, 뷰어도 제대로 나온 게 없다. 소니에서 자사 태블릿에 맞는 EPUB 3 지원 컨텐츠를 추가하고 있다하니 소니에서 뷰어를 만드는 모양이다. 국내에서는 한국 유컨텐츠기술에서 저작툴을 개발하여 공개하고 있다고 하나, 배포 대상이 출판사인 듯 하다.

그래, 개인 출판 하고싶다고 그렇게 바라왔으니 이런 시대가 열린 것만으로 만족스러워해야겠지.
하지만 아직은 툴 기능과 출력 결과물이 다소 미약하다. 물론 내용으로 승부해야겠지만, 일단 겉모습 부터 개인 출판자가 디자인 부터 다른 출판사의 저작물과 동등하게 겨루긴 힘들 것 같다.

개인 출판 시대.
HTML5와 EPUB 3등이 활성화되면 좀 더 여러 컨텐츠가 나올 테니 독자도 좋고, 그에 따라 멋진 책을 만들 수 있게 되면 작가 지망생들도 좋아지겠지.
그런 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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