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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소설/잡설

랑야방 좀 더 자세히 알기 - 2권에 나오는 시

by 와룡 2016. 8. 15.

2권에 나오는 시를 정리하려고 딱 보니.... 훨씬 복잡하다 -_-;;


모두 세 수가 나오는데, 앞의 두 수는 의미심장한 것이고, 나머지 한 수는 별 의미 없이 갖다 쓴 것.

앞의 두 수는 바로 지난 날의 영웅인 언궐과 섭봉을 그리는 시들(엄격히 말하면 시는 아닌...)이다. 

우선 언궐. 해연은 삼국 연합에 홀로 사신으로 찾아가 나라를 구한 언궐을 엽몽득의 <수양루팔공산작>을 빌려 남북조 시대 동진의 재상 사안과 사현에 비했다. 특히 사안에 가까운 것 같은데, 아무래도 사안은 문관이기 때문에. 물론, 사안보다는 그 전에 언예진이 말한 인상여가 좀 더 언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시는 소렐님이 잘 정리해놓으셨으니 링크로 대체!


다음은 섭봉. 섭봉에 묘에 찾아간 매장소가 그를 기리며 부르는 노래로, 송나라 시인 신기질의 <하신랑 - 열 둘 째 아우 무가와 헤어지다(別戊嘉十二弟)>다. '하신랑'은 악곡 이름이고 '별무가십이제'가 노래 제목이다.  근데 그만 책에는 본래 작품 제목을 빠뜨리고 말았다. -_-;; 독자들에게 사과를 전한다.

보다시피 원문이 길고, 내용도 무척 복잡하다. 전체적인 의미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헤어지는 아픈 마음'을 노래한 것.

그 헤어짐들을 유난히 많이 예를 들어놨는데, 

'말 위에에서 비파 타며 새외로 가는' 사람은 한나라 때 흉노 왕의 후궁이 되어 가는 왕소군을 말하며, 

'장문궁으로 쫓겨나 옥빛 가마 금빛 궁궐 떠나는' 사람은 한 무제의 첫번째 황후인 진아교이다. 

'제비 우짖는데 떠나는 빈'은 춘추전국 위 장공의 첩 대규이고, 배웅하는 사람은 위 장공의 황후인 장강이다.

'백전 용사 장군'은 한나라 때 흉노에 투항한 장수 이릉이고, 

'역수는 소소하고 서풍은 차가운데' 떠난 사람은 진시황을 죽이기 위해 목숨을 건 형가다. 

앞의 두 예는 여인의 이별 (원치 않게 고국을 떠나야 하고, 사랑하는 님과 헤어져야 하는)인 반면, 뒤의 두 예는 나라와 백성을 위해 싸운 장사의 이별이다. 그래서인지 해연은 이 중에서 장사의 이별을 노래한 부분만 발췌해 썼다. 아무래도 섭봉이 장군이고, 억울하게 죽었음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점이 이릉의 억울한 사연과 닮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형가의 역수의 이별은 아마도 그냥 붙여 쓰다 보니 쓴 것??)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이릉은 불리한 상황에서 흉노군과 치열하게 싸우다가 어쩔 수 없이 투항했다. 성격 급하고 성격 더러운 한 무제는 (나는 한 무제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무튼 문제가 있긴 있다) 이릉이 배신한 줄 알고 그 가족들을 모조리 처형했다. 이 당시 이릉을 변호한 사마천이 궁형을 당한 것은 유명한 사건이다.

아무튼 이릉은 이 일로 크게 낙심하여 흉노에 정착했다. 당시 그의 친구인 소무가 흉노에 억류되어 있었다. 소무는 끝내 투항하지 않아 결국 흉노의 왕이 죽고 새 왕이 등극한 후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때 이릉에게도 함께 가자했으나 가족이 모두 죽은 것을 아는 이릉이 거절했다고 한다. '강가에 헤어져 돌아보니 머나먼 길 옛 친구는 떠났구나'는 소무와 헤어지는 모습을 노래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이릉과 소무 - 섭봉과 임수를 매치한 것이 아닐까 싶다. 똑같이 흉노에 잡혔으나 다른 길을 걸은 이릉과 소무처럼, 똑같이 적염군에 있었지만 (알려지기로는) 반란을 고하려다 충성스레 죽은 섭봉과 반란군의 소원수로서 끝까지 반항하다 죽은 임수, 억울하게 죽어 묻힌 섭봉과 지독하게 살아나 복수를 꿈꾸는 임수를 대치시킨 느낌이다.


마지막 한 수는 <춘강화월야>라는 노래로, 궁우가 매장소와 소경예 - 언예진 - 사필 삼총사 앞에서 연주한 곡이다.

본래는 훨씬 긴데, 소설 내용과는 특별한 연관이 없어서 그냥 책에 나온 부분만 발췌했다. 강남의 아름다운 경치와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시는 역시 어려운데, 저렇게 고사를 대입하면서 읽으면 참 재미지다. 그래서 나는 섭봉에게 바친 시가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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