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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영화와 드라마

<학려화정> 앞부분만 보고 쓰는 사건 이야기

by 와룡 2019. 11. 20.

<구주표묘록>이 끝나고 영 마음을 붙일 데가 없었는데 새로운 드라마가 나왔다. <학려화정>이다.

방영 전에 제목만 들었을 때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방영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다. 아무 정보 없이 궁중 로맨스인가 보다 하고 시작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학려화정>은 처절한 정치 사극이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역시 나는 로맨스보다는 정치 싸움이 좋구나. (물론 뒤로 갈수록 로맨스가 등장하겠지만.)

6편까지 감상한 결론은, 이대로만 가면 정치/궁중 추리극으로는 <랑야방>, <후궁견환전> 못지않다는 것이다. 6편까지 총 두 건의 사건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반전에 반전이어서 도중에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마침 할인할 때 소설을 사놓았던 터라 얼른 읽어봤는데, 태자가 태자비를 맞이한 다음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관례 내용은 회상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드라마 앞부분은 원작의 회상씬에 살을 잘 붙여 만든 것 같다.

배경 설명

원작은 남제 시대라고 하나 황제와 황자들의 설정은 가상(어떤 글에는 황제가 남제 소색이라는 분석도 있음)이다.

황후 소생 셋째 황자인 황태자는 황후가 위독할 때 밤늦게 황궁으로 달려가지만 황궁 문을 열어주지 않아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황후가 붕어하고 그가 삼년상을 치르는 사이 조정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귀비 조 씨 소생의 첫째 황자는 제왕으로 봉해지고도 황제의 총애를 받아 봉지로 떠나지 않고 황궁에 남아 어머니와 함께 황태자를 무너뜨릴 계략을 꾸민다.

아빠 앞에서는 착한 제왕

조정에는 중서령 이백주를 위시한 제왕파와 황태자의 스승인 상서 노세유, 황태자의 외숙인 장군 고사림을 위시한 황태자파가 있다. 세유가 중신들을 이끌고 삼년상에서 복귀할 황태자의 관례를 치르고 제왕을 봉지로 내보내라고 간언 하는 사이 황태자가 돌아와 중신들을 돌려보내고 죄를 청한다. 황제가 영 돌아설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태자의 외숙인 고사림이 무장을 하고 들어와 적군이 병력을 모아 쳐들어오려 한다는 급보를 전한다. 이를 막을만한 사람이 고사림 밖에 없자 황제는 어쩔 수 없이 고사림에게 병권을 주고 전쟁터에 보내는 한편, 대신 태자를 용서하고 관례를 치러주기로 한다.

태자의 관례를 치러달라고 모인 신하들
죄를 비는 태자
태자 놀리는 제왕 (이때만 해도 아우인 줄 알았다)
고사림 등장. 삼년전 거짓 보고 사건에 관해 슬그머니 황제를 압박한다
이제 괜찮다며 태자를 다독이는 고사림. 이러니 태자가 의지할 수밖에.

스포 주의!

눈 오는 황궁의 풍경 (스포방지용)

등장 인물

태자 소정권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로부터 배척당해 사랑이 고픈 소년. 소년이지만 서른 후반의 배우, 라진이 맡아 중국 시청자들도 당황했던 모양이다. 내가 봐도 너무 어른스러운데 더 어려 보이는 사람들에게 형님이라고 부르거나, 아버지나 스승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우는 모습이 안 어울리긴 했다. 하지만 연기가 훌륭하다. <천성장가>와 유사하다고 하는데, 천성장가의 초왕 역을 맡은 진곤은 소리칠 때 발성이 약간 답답하고 억지 같아서 듣기가 불편한데, 라진은 그렇지 않다. 나이가 어색한 것 말고는 우는 연기, 호통 연기 모두 일품이다.
외숙이 병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태자가 된 소정권은 아버지인 황제의 견제를 받고 있다. 드문드문 보이는 황제의 속마음을 보면 아들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 같지 않지만, 소정권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모른 채 갈수록 엇나가고, 받지 못한 부정을 스승인 세유에게 기대하며 이런 점이 자꾸만 황제의 화를 부추긴다.
원작 소설의 결말에 따르면, 소정권은 외척인 고씨 집안의 반란에 참여하지 않고 병권을 모두 아버지에게 바친 뒤 귀양 간 곳에서 자결한다고 한다.

제왕 소정당

조 귀비 소생의 장자. 원작 소설에서는 조 귀비가 죽은 고 황후의 뒤를 이어 황후가 되면서 적장자가 된다.
왕으로 봉해지고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 봉지로 떠나지 않고 어떻게든 황태자가 되려고 발악한다. 실제로 아버지에게 사랑받는다기보다는 아버지가 황태자를 견제하기 위한 말로 쓰고 있지 않나 싶다. 알고 보면 황제는 황태자를 공격하는 여러 가지 음모가 제왕의 짓임을 눈치채고 있지만 먼저 나서서 밝히려 하지는 않는다.
제왕비는 중서령 이백주의 딸로, 약간 철없고 생각 없는 여자로 나온다. 황태자 소정권이 이를 잘 알고 ‘과거 시험 문제 누출 사건'에서 제왕비를 이용해 이백주를 무너뜨린다.

고사림

황태자의 외숙이자 장군. 초반에 황태자가 눈밭에서 중의만 입고 죄를 청하고 있을 때 무장을 차리고 들어가 적의 습격을 보고함으로써 황태자를 구해내는데 카리스마가 압권이다. 뒤늦게 알았지만 진도명이 맡을 뻔했던 역이라고 한다.
장군답게 황태자가 올리려던, (아마도) 죄를 청하는 문서를 좍좍 찢고 황제 앞에 나아가 자신은 태자를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며 급보를 전하고 황제가 믿어주기만 한다면 나가서 싸우겠다고 청한다. 제 안위와 태자의 관례를 맞바꾼 거래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그는 태자를 안아주며 안심하라고 위로한 뒤 국경으로 떠난다. 훗날 고씨 집안이 반란을 꾀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황제의 거듭된 압박 때문이거나 황태자의 위치가 위험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고봉은

고사림의 둘째 아들로, 황태자와는 벗이다. 황후가 위독할 때 황궁 문을 열어주지 않아 황태자가 슬피 울고 있을 때 가짜 군보를 외쳐 문을 열게 했다. 처음에는 진지한 역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철없는 귀한 집안 자식이다. 집안의 공으로 가의백으로 봉해졌으나 스스로 관직에 오르겠다면서 과거에 나가지만 으스대는 것은 여전하고, 시험 문제 누출 사건에 얽혀 황제 앞에 끌려가서도 황제를 ‘고모부'라고 부르며 제멋대로 군다. 하는 것을 보면 꼭 어린아이 같은데, 태자가 형님이라고 부른다는 것이 놀랍다.

세유

태자태부이자 상서. 강직하고 올바른 선비이다. <랑야방>의 언후를 연기했던 배우가 맡아서 처음 봤을 때부터 강직한 선비일 것으로 짐작했다. 황제가 황태자를 멀리하려 하자 옛 신하들을 이끌고 황태자의 관계를 치르고 제왕을 봉지로 보내라고 간청했고 관례 격문 사건 때에도 황태자를 편들었다. 황태자는 어려서부터 자신을 가르친 이 스승을 진짜 아버지처럼 여겨 열심히 보살피지만, 세유는 그것이 더 황태자를 몰아세우는 것을 알기에 멀리 하려 하고, 과거가 끝나면 관직을 떠나 낙향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중서령 이백주에 의해 과거 시험 문제 누출 사건에 연루되어 어려운 처지에 처한다. 물론 황태자가 영리한 계획으로 상황을 풀어주지만, 그의 앞길은 험난한 것 같다. 원작 소설에서는 황태자 관례 사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온다.

육문석/고아보

어사중승 육영의 딸이며 소 귀비가 태자비로 천거한 사람이다. 아름답고 영리해서 누가 봐도 딱 여주인공.
아버지인 어사중승 육영은 세유의 제자로, 낙향을 계획한 세유가 그를 불러들여 황태자를 보좌하게 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도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 아들이 과거 시험에 나갔다가 시험 문제 누출 사건에 연루되자 육문석은 오라버니를 구하기 위해 황태자와 협력한다.
훗날 육영이 음모에 휘말려 희생되자 복수하기 위해 아보라는 가명으로 황궁 내인으로 들어간다. 과거 시험 문제 누출 사건에서 황태자와 서로 협력했지만 안타깝게도 가리개를 쓰고 있어서 황태자가 그 얼굴을 보지 못했으나 내인이 된 후에도 그녀를 못 알아볼 듯 하다.
1화에서 고사림이 소정권을 아보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육문석이 사용한 가명 아보가 소정권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태자 관례의 격문 사건

고사림의 활약으로 봉지로 쫓겨나게 된 제왕은 포기하기 못하고, 태자가 삼 년 전에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데다 황궁 문을 열기 위해 외사촌을 시켜 거짓 군보를 올려 황제를 놀라게 했다는 이야기를 글로 써서 관례 때 터트릴 계획을 세운다. <학려화정> 반전에 반전을 더한 첫 번째 추리극, 태자 관례 격문 사건이다.

태자의 관례

관례에 쓸 옥대를 찾으러 갔다가 제왕이 미리 꼬드겨 놓은 오 내인에게 격문 이야기를 하며 관례 때 성곽에 올라가 던지라고 맡기는 것을 들은 장 내인은 오래전 황후에게 입은 은혜를 떠올리고 황태자에게 이를 알려준다. 황태자는 장 내인을 시켜 궁인을 저지하고, 자신이 제왕의 필체를 흉내 내 쓴 축하문으로 바꾸게 한다. 장 내인이 성곽에 올라 오 내인을 막으려 하자 오 내인은 장 내인을 밀어 떨어뜨리고 황태자를 모함하는 유언을 쓴 비단을 던진다. 알고 보니 제왕은 일부러 장 내인에게 비밀을 흘려 태자가 움직이게 만든 다음, 이를 역이용하여 장 내인이 태자를 모험하는 형태가 되도록 꾸몄던 것.

떨어지는 장 내인

관을 받기 전에 형님이 선물을 준비했다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태자가 궁지에 몰린 순간이다. 결국 관례는 취소되고 태자와 제왕은 황제 앞에 나아가 사건 설명을 한다. 절대로 그런 격문을 쓰지 않았다는 제왕과 아버지는 왜 나만 싫어하느냐고, 왜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문을 안 열어주셨나고 우는 태자.

3년 전 황궁 문 앞에서 어머니를 뵙게 해달라고 울던 태자
아버지 앞에서 우는 태자 (잘 울긴 하는데 사실 이 울음을 믿어선 안 된다. 다 계략이다)

그러는 동안 고봉은은 달아난 오 내인을 찾기 위해 궁을 뒤지고, 마침내 오 내인이 숨어서 제왕이 준 격문을 불태우고 있는 창고를 찾아낸다.  쳐들어가려는 순간, 제왕의 어머니 조 귀비가 부리는 상궁이 나타나 폐하의 명으로 자신이 수색을 맡았다며 고봉은을 가로막는다. 이 바람에 고봉은은 다 잡은 오 내인을 놓치고, 태자는 증거도 증인도 얻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격문을 불태우는 오 내인. 하지만 이미 격문은 태자가 쓴 축하문으로 바뀐 상태

설상가상, 성벽에서 떨어지고도 살아남은 장 내인이 정신을 차려, 심문을 받기 위해 황제 앞으로 끌려온다. (다친 사람을 정말 처절하게 바닥에 패대기쳐 둔다) 장 내인에게 누가 밀었느냐고 묻자, 스스로 발을 헛디뎌 떨어졌다는 대답. 오래전 황후를 모실 때 장 내인이 황제가 하사한 옥비녀를 부러뜨리고 울고 있는 것을 태자가 도와주겠다며 몰래 비녀를 숨겨준 적이 있었다. 황후는 태자가 숨긴 비녀를 찾아내고 장 내인을 용서하면서 훗날 태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도우라고 했었고, 이 때문에 그녀가 철저히 자신 편이라고 믿었던 태자는 큰 충격을 받는다. 

다그치는 태자에게 옛 주인을 볼 면목이 없다고 하는 장 내인 (사실은 이게 힌트였다나)

장 내인의 말에서 힌트를 얻은 태자는 황제에게 내일 조당에서 반드시 증거를 제출해 천하에 고하겠다고 한 뒤 물러나 아무도 없는 황후궁으로 가서 장 내인이 숨긴 격문을 찾아낸다. 오래전 태자가 장 내인이 부러뜨린 옥비녀를 숨겨줬던 곳이다. 그 안에는 격문 외에 부러진 비녀도 들어 있었다. 이 비녀는 장 내인이 태자의 머리를 빗어주다가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란척 떨어뜨려 깨뜨림으로써 태자에게 경고를 전해준 것이다. 사실 장 내인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던 것은 오 내인이 숨겨둔 자신의 딸이어서였다. (좀 억지 같지만) 애초에 제왕이 오 내인을 꼬드기고 일을 맡긴 것이며 장 내인에게 비밀을 흘린 것도 모두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기에 장 내인이 절대 고발하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찾아낸 격문
알고보니 빈 종이

아무튼, 어떻게 알았는지 황제가 황후궁으로 찾아와 태자에게 찾은 두루마리를 내놓으라고 한다. 두루마리를 펼쳐 본 황제가 발치에 툭 던졌는데, 놀랍게도 빈 종이였다. 이미 시작부터 계획을 세워두었던 제왕이 오 내인에게 격문을 보여준 뒤 실제로 건넬 때는 빈 종이를 준 것이었다. 그러게, 내가 글 쓴 적 없다잖아, 하는 제왕에게 황태자는 네가 사주한 그 궁인도 이미 죽였겠군 하고 이를 간다.

목졸리는 오 내인

오 내인은 조 귀비 궁의 상궁에게 구함을 받았지만, 눈치가 이상하자 거짓말로 진짜 격문이 있는 곳을 가르쳐준 다음 달아난다. 하지만 도중에 한 내관에게 붙잡혀 목을 졸렸고, 그 자리에 나타난 조 귀비 궁 상궁과 내관이 하는 말을 듣고 이 모두가 제왕이 시킨 일임을 알게 된다. 이제 증인마저 사라진 셈이다.

돌아가는 길에 따라오는 제왕의 따귀를 때리는 것을 보면 황제도 이미 상황을 짐작하고 있는 모양이다.

준비 자세
따귀 철썩

황제는 전수(아마도 황제 호위군 대장 관직인듯) 이중기를 시켜 태자에게 내일 조당에서 순순히 사죄만 하면 너무 몰아붙이지 않겠다고 전하라 한 뒤, 그 말은 자기가 한 게 아니라 스스로 짐작한 것으로 말하게 한다. 이 말을 전해 들은 태자는 황제가 한 말이냐고 묻고, 이중기는 그렇다고 한다. (뭐지, 왜 시킨 대로 안 하는 거지? 이 자도 혹시...)

다음날 조당에서 태자는 소복을 입고 자신이 장 내인을 시켜 제왕을 모함하려 했다며 사죄하고, 때를 놓칠세라 제왕파인 중서령 이백주가 나서서 태자를 폐위하자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한다. 어제는 봐주겠다고 했던 황제도 신하들이 몰아붙이자 (혹은 본래 용서할 마음이 없었는지도) 태자를 종정시에 가두고 처분을 기다리게 한다. 혹시나 하고 아버지를 믿었던 태자는 또 배신감을 느낀다.

앞부분에 황제가 세상을 떠난 황후의 초상을 앞에 놓고, 어린 시절 태자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주 만나지 못한 아버지를 싫어했는지, 태자는 어려서 아버지가 오면 늘 피하고 자신은 소정권이 아니라고 했단다. 이에 황제가 잘못을 인정하도록 야단치려고만 했으나 태자는 끝내 용서를 빌지 않고 어머니와 외숙만 찾았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황제는 여전히 그때처럼 태자가 숙이고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태자가 아니다.

비록 아버지 뜻에 따라 사죄하긴 했지만 아버지가 배신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한 다음 수를 꺼낸다. 바로 증인인 오 내인에게 증거인 격문을 들고 오게 한 것이다.  알고 보니 오 내인을 목 조른 내관은 태자 사람으로, 오 내인을 귀비 궁 상궁에게서 빼내기 위해 한 일이었다. 귀비 궁 상궁은 그가 자신들 사람인지 모르지만 오 내인을 죽이는 것을 보고 믿었고, 나중에 제왕에게 자신이 알아야 할 일은 미리 말해달라고 하기도 했으나 제왕은 평소에 아랫사람에게 정보를 다 넘겨주지 않는 스타일인지 그 말이 그 뜻인 줄 알아듣지 못했다. 뒤에 나올 시험문제 유출 사건에서도 그렇지만, 제왕은 늘 주변 사람들 실수로 당한다. 

진짜 격문을 들고 나타난 오 내인

오 내인과 진짜 격문의 등장으로 제왕은 궁지에 몰린다. 황제가 이번 사건의 처리를 태자에게 맡기자, 태자는 사실을 낱낱이 설명한 후, 알고 보면 이는 장 내인이 개인적인 복수심을 품고 형제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꾸민 계략일 수도 있다며 피할 길을 마련해준다. 이에 중서령이 얼른 맞장구를 치고 종정시로 끌려가던 제왕도 다시 풀려난다. 사실 오 내인은 이미 말을 못 하게 된 상태에서 증언을 할 수 없고, 오 내인이 가져온 두루마리도 진짜 격문은 아니었다. 태자는 제왕을 겁주어 죄를 털어놓도록 하려는 것뿐이었고, 그래도 형제 사이이니 한 번은 용서해준 것이다.

이대로 끝나면 평화로울 텐데, 제왕은 가만히 있는데 제왕의 장인인 중서령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두 번째 사건을 일으킨다.

시험 문제 유출 사건

삼 년에 한 번 있는 봄 과거 시험. 과거 시험인지 국자감 입학시험인지 헷갈리고 봄 시험이라면서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 치르는 것이 의아하긴 하지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 시험의 주관자가 상서이자 태자태부 세유라는 것이다.

워낙 중요한 시험이라 황제는 중서령 이백주도 함께 돕게 한다. 황제가 내린 시험 문제는 이백주와 세유만 보았고, 잘 봉해 서랍에 넣은 후 잠그고 열쇠를 그 일을 오래 해 온 조 씨에게 맡긴다. 이번 시험을 끝으로 사직을 생각하고 있던 세유는 찾아온 태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직의 뜻을 전하고, 대신 자신이 아끼는 제자인 육영을 어사중승으로 추거 했으니 앞으로 그가 보필할 것이라고 한다. 그가 태자를 배웅하러 나간 사이 조 씨가 몰래 들어와 시험 문제를 빼내려다 이백주에게 들킨다.

이번 시험에는 세유의 추천으로 어사중승이 된 육영의 장남 육문보, 그리고 고사림의 차남이자 이미 가의백이 되어 있는 고봉은까지 참가했다. 태자는 고봉은을 말리려고 했으나 자신의 힘으로 관직을 얻겠다는 그의 포부와, 태자는 입장이 달라 공부하는 선비의 마음을 모른다는 스승 세유의 말을 떠올리고 그냥 보내준다.
응시자들은 시험장에 입장하기 전에 몸수색을 당하는데, 개중 한 사람이 몸수색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몰래 허리띠에 커닝 페이퍼를 숨겨 들어간다. 그 사람이 시험 중에 들키자, 세유와 이백주는 응시자들을 모두 불러내 재수색했고 그렇게 발견한 커닝 페이퍼 중에 시험 문제가 그대로 적힌 것을 보고 문제가 유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험 문제 유출은 크나큰 죄다.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놀랍게도 육문보, 고봉은, 그리고 허창평이라는 사람이었다. 육문보,, 고봉은만 봐도 태자파를 노리고 한 짓임을 알 수 있다.

으스대며 시험장에 들어가는 고봉은
엑스트라가 뇌물을 주고 커닝페이퍼를 반입한다
시험 문제가 유출되었다

세 사람이 옥에 갇히자 황제는 내일 심문하겠다고 하면서 태자는 절대 못 나가게 하라고 명한다. 하지만 태자는 이미 밤늦게 감옥으로 달려가 세 사람을 심문한다. 마침 오라버니의 누명을 풀겠다고 달려온 육영의 딸 육문석이 문 앞에 있다가 태자와 거래하여 따라 들어온다. 누이동생이 그 시험문제는 여 상서가 준 것이라고 말하라고 종용해도 육문보는 끝내 그럴 수 없다고 했고, 이를 본 태자가 그를 믿어준다. (이걸 보면 애초에 태자는 육문보와  허창평을 의심한 것 같다. 육문보가 용의선상에서 벗어나자 허창평으로 짐작한 모양) 그 대사가 태자와 육문석의 거래였다. 태자는 애초에 돈 받고 커닝 페이퍼를 눈 감아준 관리를 고문하여 이백주의 짓임을 확인하고, 다시 허청평을 심문해 누출한 원본이 아직 고씨 집에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태자와 처음 만나는 육문석
쪼로록 앉아서 태자의 심문을 받는 세 사람. 이 와중에 저만 신발까지 챙긴 고봉은

그러는 사이 세유는 조 씨를 불러놓고, 네 안사람의 성이 허 씨인데 붙잡힌 이 중 허창평과 무슨 관계냐고 묻는다. 결국 조 씨는 허창평은 외종질이고 시험문제를 달라고 해서 보여줬을 뿐, 육문보와 고봉은의 일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그는 이백주의 협박에 넘어가 육문보와 고봉은의 좌석에 시험문제를 몰래 놔두고, 허창평에게도 세유를 지목하게 했다. 시험문제의 봉인을 풀 때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원본을 집에 보관하고 이백주가 준 새 종이와 새 봉투를 사용한 덕분이었다.

조씨의 짓을 알아차린 노세유

다음날 아침, 제왕은 아침 일찍부터 보고를 듣고 조 씨의 집에 숨겨진 증거를 찾으러 가는 태자를 막아선다. 결국 태자가 밖에 나가지 못한 채 심문이 시작되고, 조 씨는 세유가 시킨 대로 했다고 자백한다. 세유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 생각하고 자신이 관리를 제대로 못한 죄는 있으나 유출한 적은 없으니 육문보와 고봉은 문제는 더 자세히 조사해달라고 청한다. 끌려온 고봉은은 자긴 아무 잘못 없다며 철없이 굴다가 곤장을 맞는다. 제왕은 조당 바깥에서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태자를 향해 고봉은이 오냐오냐 자라서 매 한 번 맞아본 적이 없다던데 하고 비웃는다.

황제 앞에서 할 말 안 할 말 다 하다가 곤장 맞는 고봉은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반전이 있다.

어젯밤 태자는 육문석에게, 오직 여자만 할 수 있다며서 일 하나를 맡겼다. 바로 조 씨가 집에 숨겨둔 본래의 시험문제 봉투를 찾아서 제왕비에게 전달하는 것. 제왕비는 고봉은보다 더 철이 없어서 (아버지들은 손꼽는 모략가이거나 장군인데, 어찌된 셈인지 자녀들은 영...) 제왕이 시킨 일이라고 하자 덥썩 받는다.
사실 태자는 제왕이 막으러 오기 전에 이미 조씨 집에 가서 이백주가 손써놓은 것을 바꿔놓은 상태였다. 태자는 지난 사건 때 익혀 두었던 조왕의 필체로 지시문을 써놓았고, 일부러 제왕에게 알려 제왕이 아침 일찍부터 나오게 한 다음 혼자 있는 멍청한 제왕비를 속여 시험문제 봉투를 맡긴 것이다. 나아가 허창평을 설득해 제왕의 짓이라고 고발하게 했다. 제왕을 공격해야만 이백주가 사실을 자백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원본 시험문제를 제왕비에게 넘기다
제왕의 짓이라고 고발하는 허창평
완전히 상황이 뒤바뀐 두 사람

결국 제왕을 보호하기 위해 이백주가 모두 자신이 한 일이라고 선언하고, 태자는 제왕에게 두 번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니, 내 사람은 건드리지 말라며 떠나간다. (너도 애지중지 떠받들어지며 살아서 안 맞아봤지)

+ 끝인 줄 알았는데 7편을 보니 끝이 아니다. 한두 편 더 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살짝 로맨스

태자가 곧 풀려날 육문보와 고봉은을 찾으러 간 사이, 어사 장 대인의 아들이 놀리러 왔다가 육문보의 누이동생을 보고 "미래의 태자비"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언젠가 조 귀비가 태자가 관례를 치러 어른이 되었으니 비를 맞이해야 한다며, 어사중승 육영의 딸을 추천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지만, 태자나 육문석이나 둘 다 전혀 모르고 있던 상황.

장 대인의 망나니 아들이 얼굴 좀 보자며 육문석을 추근대자, 아마도 태자비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느닷없이 태자가 앞을 막아서며 내 사람이라고 경고한다. 앞서 제왕에게 말한 "보호해야 할 내 사람"의 범위에 육문석도 들어가게 된 것이 아닐까.

끝내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 육문석. 태자와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모략 대결이 화려한 <학려화정>. 이대로만 간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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