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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영화와 드라마

2020년판 절대쌍교, 잘 만들었다!

by 와룡 2020. 1. 19.

 

 

기다리고 기다리던 절대쌍교가 드디어 방영이다.

이제 겨우 4편을 봤을 뿐이지만, 이 정도면 잘 만들었다!
물론 내가 고룡님 팬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후한 점수를 준 것일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난 거의 기대가 없었다. 아무래도 최근 들어 <구주표묘록>, <학려화정> 같은 대작을 잇따라 봤기 때문에 예고편만 보더라도 그 작품들과 나란히 놓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데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고룡님 작품이니까 무조건 봐야지"하는 의리로 시작했는데 자꾸만 다음편을 찾게 된다. 지금도 아직 5편이 방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글을 쓰는 중이다.

절대쌍교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크나큰 스포가 될 수 있다.

나야 너무 오래 고룡님 작품을 봐와서 익숙한 얘기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절대쌍교는 배경 설정부터 아주 독특하다.
그 어떤 여자가 봐도 한눈에 반할만한 강호제일의 미남자와 그 어떤 강호인도 절로 숭배하게 만드는 강호제일의 검객이 의형제가 된 이야기는 흔하디 흔하다. 어린 시절에 부모를 잃고 남의 손에 자라나 나중에 그 복수를 하는 이야기는 더욱더 흔하다. 절대쌍교에도 이 흔한 설정이 있지만, 부모를 잃은 주인공은 쌍둥이 형제고, 이화궁 요월궁주의 음모때문에 형제인지 모르고 자라나 서로 원수처럼 죽고 죽여야하는 운명이 된다는 것이 독특하다. 설정이 이렇다보니 보통 초반에는 숨겨지는 주인공의 출신이나 부모의 원수(정확히는 원수 #2)가 시작부터 밝혀져 있고, 이화궁 스스로 자신들이 쌍둥이의 부모를 죽였다고 광고하다시피 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원수 #1인 강금. 연남천이 강풍을 구하지 못하도록 따돌린다 
이렇게 생겼다. 나중에 원수 #1의 아들로 다시 등장하는 배우

 

쌍둥이 형제 중 하나는 무림의 일인자인 이화궁에서 귀하디귀한 공자로 자랐고, 다른 하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악인들 속에서 이리저리 구르며 못 된 것을 배우며 자랐다. 한 사람은 무공은 뛰어나지만 세상물정을 모르고, 한 사람은 잔머리는 잘 굴리는데 무공이 부족하다. 한 사람은 감정이 허락되지 않은 곳에서 자랐고 한 사람은 악인 무리에서 자랐지만, 핏줄 때문인지 둘 다 착한 심성을 지녔다. 비록 겉으로는 어떻게 행동하든 간에.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요월궁주가 꾸민 비극으로 치닫지 않고 진짜 원수(원수 #1)를 찾아 제대로 된 복수를 하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 쌍둥이. 왼쪽이 강소어, 오른쪽이 화무결이다

 무협에서 전대의 이야기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들어가면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독특한 배경 덕분에 <절대쌍교>는 초반부터 긴장감이 넘친다. 하긴 이건 고룡님의 작품이기 때문일지도.

초반부 배경 설정에 나오는 인물들은 고룡님 작품에서 꽤 유명하다. 고룡님이 그린 고수 중에 손꼽는 고수인 연남천. 역시 고수이자 악녀로 손꼽는 요월 궁주. 두 사람은 주인공인 강소어와 화무결의 아버지를 돕는 사람과 죽이는 사람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변칙적인 작품에서는 오히려 두 사람을 연인 관계로 묶기도 하는데, 연남천같은 멋진 강호인을 놔두고 여자들이 강풍에게만 맘을 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그런 식으로 바꾸는 건 이야기를 망치는 길이다. 요월 궁주가 연남천에게 복수하겠다는 이유로 그 의형제인 강풍 부부를 죽이고 쌍둥이를 서로 싸우게 만들 까닭이 없으니까.

천하제일고수 연남천 (머리를 왜 저랬나 모르겠다. 소봉을 흉내내는 걸까)
화무결을 보고 강풍을 떠올리는 요월 궁주. 다행히 연남천과 아무 관계 없다.

 

이번 <절대쌍교>에서는 요월 궁주가 강풍의 배신에 얼마나 크게 상처 받았는지를 잘 그렸다. 예전에 볼 때는 저 혼자 좋아하다가 남자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았단 이유로 악착같이 쫓아가 죽이고 그 자식들까지 괴롭히는 것이 너무 비정상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보니 강풍이 오해를 살만한 행동으로 요월에게 희망을 줬기 때문임이 이해가 갔다. 물론 그렇다해도 18년이 지나도록 못 잊는 게 보통 사람 같진 않지만...

요월 궁주와 강풍의 한 때

 

전대의 이야기는 2편에서 거의 끝난다.
전대 이야기에 나오는 요월 궁주와 연성 궁주는 캐릭터에 잘 맞고 연남천은 덩치나 연기나 목소리나 다 연남천 다워서 마음에 든다. 강풍은 화무결을 연기한 배우가 1인 2역을 했기에, 화월노 역 배우도 나중에 철심난으로 나오려나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다. 예뻐서 더 많이 보고 싶었는데.

화월노. 시녀라기엔 어마어마한 기백이다. 요월 궁주 역을 해도 좋을 듯
이렇게 죽은 후 다신 안 나온다.

요월 궁주를 배신하고 그 시녀인 화월노와 아이까지 가진 채 달아난 강풍은 서동인 강금의 계략으로 십이성상에게 기습당하고 연남천과 길이 어긋난 끝에 결국 요월궁주의 핍박으로 죽음을 맞는다.

 

강풍이 죽은 화월노에게 가는 것조차 싫어하는 요월

 연성 궁주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언니를 다그치지만, 언니가 강풍의 배신에 상처받아 스스로 팔을 찔러가며 마음의 고통을 참아야했다는 말을 듣고 언니를 동정한다. 그래도 마음씨 고운 연성 궁주는 강풍과 화월노의 아이들을 죽이자는 언니를, 나중에 두 사람을 서로 죽이게 해서 평생 불행하게 살게 하자는 핑계를 대 설득하고 두 사람을 구한다. 연성 궁주 덕분에 겨우 살아난 쌍둥이 중 하나는 이화궁에서 자라 화무결이 되고 다른 하나는 뒤늦게 달려온 연남천이 악인곡으로 데려가 강소어(소어아)가 된다.

 

화무결 아기 때. 아기 때도 옆에서 뭔 일이 벌어지건 무덤덤하다
소어아 아기 때. 얘는 계속 운다. 이마에 요월 궁주가 남긴 상처가 있다

 

길이 어긋난 사이 의형제 부부가 모두 죽은 것을 본 연남천은 아이의 옆에 있는 비녀를 보고 이화궁이 범인이라 단정한다. 물론 의형제를 핍박한 십이성상까지도 모두 죽여 복수하려 하지만, 십이성상 원숭이 입에서 진짜 강풍의 서동인 강금이며 악인곡으로 달아났다는 말을 듣고 의형제 부부의 시신과 그 아들을 데리고 악인곡을 찾아간다.

연남천이 울고 있는 소어아를 발견했을 때, 이화궁의 표식이 있다

 

악인곡에 간 그는 강금의 행방을 찾지만, 실제로 악인곡을 찾아와 그와 악인곡 사람들을 이간질한 사람은 강금이 아니라 강금의 사주를 받은 사마연이었다. 이때문에 연남천이 자신들을 죽이러 왔다고 생각한 음구유, 도교교, 이대취, 합합아는 미약을 쓰거나 화월노로 역용하는 등의 계략으로 연남천을 쓰러뜨렸다. 다행히 이화궁에도 착한 사람이 있듯, 악인곡에도 착한 사람이 있었다. 악인들이 연남천을 죽이려는 것을, 만춘류가 약초를 시험해본다는 명목으로 (물론 절대 낫지 않는다고 보장하면서) 살려서 데려간다.

 

악인곡으로 향하는 연남천

 

악인들은 연남천이 데려온 아이를 죽이지 않고 자신들의 악함을 전수해 천하제일악인으로 키우기로 한다. 어린 강소어는 처음에는 밥을 굶기겠다는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쁜 짓을 하지만 자랄수록 나쁜 짓(사실은 나쁜 짓보다는 장난에 가깝다)을 즐기게 되고, 강소어 때문에 하룻밤도 마음 편히 잠들 수 없게 된 악인들은 그를 악인곡에서 내보낸다.

어렸을 때 복면인이 찾아와 네 아버지는 강풍이고 네 원수는 이화궁이라는 말을 들은 후 만춘류의 입을 통해 신세를 알게 된 강소어는 18년 째 약통에만 들어있는 연남천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했고, 악인곡을 나간 김에 원수를 찾아보기로 한다.

만춘류에게 자기 신세를 듣는 소어아(8살)
약통에 들어 있는 연남천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소어아(18살)

 

곤륜산 악인곡에서 출발한 그는 아마도 운남쪽으로 향해 첫 마을에 당도한다. 여기서 말도 사고 친구도 만나고, 첫사랑인 철심난도 만난다. 물론 처음 만날 때는 남장을 하고 있어서 첫사랑이 될 줄은 몰랐겠지만.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의 언덕. 꼭 가보고 싶다
들판을 질주하며 사기쳐서(?) 얻은 물건을 버리는 소어아

 

확실히 고룡님은 악랄한 여자는 만들지언정 연약한 여자는 만들지 않는 것 같다. 아쉽게도 오래전 양조위 주연 드라마에서 본 철심난은 너무 연약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 나온 철심난은 남장도 잘 어울리고, (아마도 성우가 따로 있겠지만) 굵은 목소리도 잘 내서 연약해보이지 않는다. 요월 궁주는 말할 것도 없고, 4편 마지막에 나온 소선녀 장청도 매력적이다. 물론 내가 고룡님 소설에서 제일 좋아하는 여자인 소앵이 가장 멋있으리라고 기대하지만, 나오려면 한참 멀었으니 판단을 미루기로 하자.

 

철심난과 소어아의 첫만남
남장이 잘 어울리는 철심난
소선녀 장청의 등장

 

4편까지 봤을 때는 이상야릇한 각색 없이 원작을 잘 따랐다. 비록 <구주표묘록>에는 못 미치지만 촬영지도 멋있고, 무술 장면도 <의천도룡기> 같은 카메라 기교를 쓰지 않고 오래전 드라마처럼 아주 정직하게 찍었다. 특히 연남천이 싸우는 장면은 진짜 제대로 치고박고 싸우는데다 <천룡팔부>의 소봉이 생각날 만큼 힘이 넘친다. 배우의 무술 연기도 좋고. 십이성상은 지나가는 악인이긴 하지만, 초반에 나타난 닭은 모습이 제법 화려해서 꽤 멋진 연출이 나오기도 했다.

 

다소 어색해보이는 이화궁
화월노가 이화접옥을 펼치는 장면
십이성상에게 쫓기는 강풍과 화월노의 마차
연성궁주의 무공
연남천과 곤륜칠자의 대결

 

40편이 넘는 장편을 겨우 4편만 보고 평하기는 뭣하지만, 여기까지만 볼 때 최근에 본 무협 드라마 <의천도룡기>와 <청설루> 못지 않다. 무협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라면, 특히 옛날 무협 팬이면 즐겁게 보리라 믿는다.
판타지 무협이긴 하지만, <경여년>은 약간 B급 감성이어서 비교할 수 없고 <검왕조>는 1편 밖에 못 봤지만 주인공 캐릭터가 강소어와 비슷한 것 같아서 찬찬히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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