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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잡설

2022년 <비호외전>

by 와룡 2022. 12. 2.

묘인봉-남란-전귀농 포스터?! (출처: 바이두)

<성한찬란>을 보고 나면 <비호외전>을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보고 글을 써야지 하고 미룬 게 벌써 반년 째다. 늦었지만 그때 써 놨던 걸 정리해 본다.

김용님 작품 중에서 <비호외전>을 세 번째로 좋아하는지라, 비록 변발의 충격이 있어도 이 드라마만큼은 꼭 봐야만 한다. 다행히 주요 인물들은 변발과 비(?) 변발이 섞여 있어서 <녹정기>보다는 견딜만하다.

선대의 로맨스

2007.12.01 - [미디어/영화와 드라마] - 설산비호 07 - 호일도 vs 묘인봉에서도 썼지만, <비호외전>의 진짜 묘미는 호일도와 묘인봉 이야기다. 호일도는 작중 이미 죽은 사람이니 그렇다치고, 묘인봉이야말로 세상을 주름잡는 대협객이요, 대인물이니까. 2007년 드라마 <설산비호>에서도 호일도와 묘인봉을 멋지게 잘 그렸는데, 이번 드라마 <비호외전>역시 두 사람을 제법 멋지게 그리려고 한 모양이다. 뭣보다 '특별 초청 주연'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등장한 임우신이 묘인봉을 맡은 걸 보면 말이다.

주인공 맞으시죠?! (출처: 바이두)
호일도. 진준걸이 호비와 1인 2역 했는데, 이미지가 달라도 너무 달라! 이게 다 변발 때문인 걸까. (출처: WeTV)

임우신이 나온다는 건 어디서 잠깐 봐서 알고 있었는데, 진가락 정도의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묘인봉이라니! 묘인봉을 멋있게 그리는 건 좋은데, 얼굴이 누런 편이어서 '금면불'이라고 불리는 사람을, 심지어 아내가 자식까지 버리고 전귀농과 달아날 정도로 무뚝뚝하고 멋이 없는 사람을 임우신에게 맡긴 건 상당한 원작 파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임우신은 덩치도 작고 연약해 보여서 양소처럼 서생 느낌의 고수는 괜찮은데, 강력한 외공을 쓰는 묘인봉 같은 거친 남자와는 이미지가 안 맞긴 하다. 더군다나 남란이 임우신 같이 생긴 남편을 두고 하윤동 같이 생긴 사람에게 반한다는 것은....뭐,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남란을 이해해 보도록 하자. (나도 하윤동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그 당시 세상에 손가락질받는 것을 각오하고 남편을 갈아타기엔 두 사람 외모 차이가 딱히 크지는 않을 텐데)

애절하게 남란을 보살피는 묘인봉. 이런 데도 떠난다고?! (출처: WeTV)

물론, 원작을 깡그리 무시한 캐스팅이라고 해도 개인적으로 임우신이 다시 무협 드라마에 나와서 무척 반갑고, 진가락이 아니라 40편 내내 계속 나올 묘인봉을 맡은 것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그래서 이번 <비호외전>은 거의 묘인봉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봤다. 실제로도 꽤 많은 비중을 몰아주기도 했고. 덕분에 묘인봉 - 남란 - 전귀농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는 갑자기 흥미를 잃어버려서 결국 끝까지 보지 못했다는 부작용이 생겼다.

앞서 말했듯 전귀농은 요즘 들어 악인을 잘 맡는 하윤동이고. 처음 등장했을 때 표정이 너무 비열해 보여서 충격적이었다. 하윤동은 이제 이렇게 악인 계열로 가는 것인가! 하지만 남란을 향한 마음은 진심으로 나온다. 묘약란도 정말 예뻐한 것 같고. 물론 끝까지 안 봐서 나중에 남란에게 못 되게 굴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전귀농의 진심이 어떻든, 남란이 호일도 일을 가족보다 앞세우는 남편에게 얼마나 섭섭했는지를 떠나서, 김용님도 둘의 관계는 부도덕하니 미화할 필요 없다고 언급하셨다니, 이번 드라마의 두 사람 이야기에 너무 감동하지 않도록 하자. 물론 임우신이 상대방이므로 절대 전귀농과 남란 편이 될 순 없다!

예쁜 남란. 전귀농과 떠나는 그녀를 되찾으려는 묘인봉(출처: WeTV)

호비의 로맨스

호비 이야기도 삼각관계인데, 묘인봉네 이야기보다 조금 덜 매력적이었다. 일단 나는 원자의 같은 캐릭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두 사람이 엮이는 내내 조금 피곤했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던가, 자긴 출가해서 맺어질 수 없으니 포기하라고 말하던가, 아무튼 좀 깔끔하게 관계를 매듭지으면 좋겠는데, 버리긴 아깝고 갖기는 어렵고 괜히 혼자 툴툴거리며 호비 마음만 힘들게 해 놓고 제멋대로 구는 게 정말 마음에 안 든다. 

함께 싸우는 호비와 원자의 (출처: https://baijiahao.baidu.com/s?id=1745991559462531568&wfr=spider&for=pc)

내가 <비호외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영소다. 김용님 작품 중에 단 둘 뿐인 좋아하는 여자 캐릭터 중 하나여서. 정영소는 원작에서는 추녀에 가깝지만 드라마 특성상 당연히 예쁜 여자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에 정영소를 맡은 배우는 형비로, 양염 못지않은 미모를 자랑했다.

정영소와 호비 (출처: https://baijiahao.baidu.com/s?id=1745991559462531568&wfr=spider&for=pc)
호비를 구하고 죽어가는 정영소 (출처: https://baijiahao.baidu.com/s?id=1745991559462531568&wfr=spider&for=pc)

원작에 충실한가

다 보지는 못했지만 기본적인 줄거리는 꽤 원작을 잘 따랐다고 생각한다. 묘인봉네 이야기가 조금 비중이 커진 것도 있고, 묘인봉이 원작과 달리 죽는다고 들었는데, 그 외에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팬들 입장에서는 완벽하지 않다고 하겠지만.


천룡팔부도 다시 나왔는데 끝내 보지 못하고, 비호외전도 완주하지 못한 건 이제 내 감성이 어린 시절 그 감성이 아니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드라마가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걸까.

비록 나는 다 못 봤지만, 변발에 내성이 있고 김용님 원작 소설을 안 본 분들, 임우신을 좋아하는 분들은 봐도 좋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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