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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취미/뮤지컬과 음악

뮤지컬 <아이다>

by 와룡 2010. 12. 25.


오랜만의 뮤지컬 포스팅이다.
《몬테크리스토》이후 옥주현의 무대가 보고 싶기도 하고, 마침 집과 가까운 곳에서 하기에 가봤다. 연출과 음악을 맡은 박칼린이 지휘를 했는데, 지휘자의 등장에 그만한 환호를 들은 건 정말 처음이다. 새삼스레 그녀의 인기를 실감했다.

암네리스 역, 정선아

주연 배역에 더블캐스팅이 없어서 선택의 폭은 좁지만, 막상 보면 그 좁은 선택이 최상의 선택이다 싶을 만큼 배우들이 다들 노래를 잘한다.

옥주현만 알고 갔었는데,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공주 역을 맡은 사람이 너무 노래를 잘해서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그녀는 지킬 앤 하이드에서 루시로 만난 적이 있는 정선아였다. 그걸 알고나서부터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지킬 앤 하이드후로 꼭 다시 보고팠는데 오랫동안 뮤지컬 무대에서 만나지 못했던 배우였으니까.
그녀의 엄청난 성량과 톡톡 튀는 연기가 너무 좋아서, 솔직히 옥주현은 다소 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옥주현의 노래 실력도 절대 쳐지진 않는다, 다만, 귀에 확 들어오는 노래가 없다.
주인공인 아이다의 경우, 누비아의 포로들과 함께 부르는 <DANCE OF THE ROBE><THE GODS LOVE NUBIA> 는 심금을 울리는 내용에다 다소 힘이 있어서 괜찮지만, 솔로 곡들이 약한 느낌이다.
그에 비해 암네리스의 노래는, 처음 나오는  <EVERY STORY IS A LOVE STORY> 는 힘차고 무게가 있으며, <MY STRONGEST SUIT> 는 신이나서 좋다. 개인적으로는 조제르가 군인들과 함께 부르는 <ANOTHER PYRAMID> 도 마음에 들었다. 난 아무래도 악인들의 노래를 좋아하는 취향인가 보다.

그러고보면 사랑을 주제로 한 뮤지컬은 참 오랜만이다. 본래 극적인 얘기를 좋아하는데다, 대부분의 유명한 뮤지컬이 극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헌데 이 《아이다》는 도입부의 <EVERY STORY IS A LOVE> 에서도 알 수 있듯 그야 말로 사랑이야기다.

암네리스의 패션쇼~


라다메스아이다의 이야기는 순정만화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적군의 장군과 포로가 된 공주의 사랑이야기라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보통 그 장군은 공주와 연인 관계이고, 결국 공주는 질투로 여자 주인공을 괴롭히기 마련이다. 《아이다》에서도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암네리스는 착한 공주였다. 아이다의 정체가 밝혀진 후에 '그래도 이 여자는 공주'라면서 병사들이 그녀를 거칠게 대하지 못하도록 해준다. 게다가 어차피 죽을 사람들이니 함께 죽을 수 있도록 배려(?)도 해준다.
갑자기 포로가 되어, 갑자기 사랑에 빠지고, 또 갑자기 자국민들의 희망이 되어버린 아이다보다는 좀 더 개연성이 있는 캐릭터같다. 어쩌면 내가 정선아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이다》는 디즈니에서 제작한 뮤지컬이다.
초반에 라다메스의 배가 돛을 날리는 모습이나 때때로 등장하는 석양지는 나일강의 풍경이 진짜처럼 아름다워서 무대장치가 참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디즈니이기 때문에 가능했나보다. 암네리스의 패션쇼는 특히 압권이었다. 노래도 노래지만, 온갖 화려한(?) 드레스가 등장해서 보는 재미도 있다. 정선아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춤까지 곁들여져 누가 들어도 환호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같은 제작사에다, 역시 똑같이 아프리카가 배경이 되기 때문인지, 전체적인 느낌이 《라이온킹》과 꽤 닮았다. 《라이온킹》도 한 번 더 해주면 좋겠건만.
음악 역시 엘튼 존 작품이다. 그 때문인지 중후한 느낌보다는 즐겁고 경쾌한 느낌이 강하다.

구애하는 라다메스

남자 주인공 라다메스 역은 <지킬 앤 하이드>에서 인기를 얻었던 김우형이 맡았다. 다소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라서 난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아이다에게 구애할 때의 노래에는 잘 어울렸다. 솔직히 지킬은 류정한이니, 조승우니,  일부 인기있는 배우들이 계속 배역을 맡으면서 정형화 되어 버려서 비교적 후발주자인 김우형이나 홍광호 등이 빛을 발할 만한 역할은 아니었다. <아이다>에서는 색다른 역할로 김우형이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았다.

이집트가 세력을 키우면서 주변의 아프리카 나라들을 병합하는 과정에 아이다의 조국인 누비아도 침략을 당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포로가 되었다. 약한 나라의 설움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꽤 겪어봐서인지 그들이 포로가 된 공주에게 희망을 걸고 조국의 부흥을 꿈꾸는 모습이 가슴 뭉클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노래나 무대는 훌륭했지만, 2부 부터는 내용이 너무 빨리 진행되고 별다른 극적인 전개 없이 이어지는 것이 조금 지겨웠다.
요즘 본 공연들의 특징이랄까.

내년에 볼 또 하나의 명작을 기다리며. 혹시 내년에는 또 하나의 색다른 작품이 무대에 오르지 않을까?

(사진출처 : 뮤지컬 아이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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