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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예스러운 배경의 소설과 드라마를 이야기합니다.

미디어/게임

보드 게임 즐기기...

by 와룡 2011. 6. 10.

세상에 즐길거리는 참 많다.

난 특히 즐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진지하게 말하기보다는 농담하는 걸 좋아하고, 일도 공부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도, 다 재미가 있어야만 한다는 주의.

그래서 한 때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 사건이 터졌을 때, 난 그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
사람이 진지하지 않다는 것이,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얼마나 가볍게 느껴지는가.
그런 점에서 나도 늘 즐겁기만 해서, 오해를 사고, 손해를 본 적도 있다. 아니,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랬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니^^;

난 게임을 좋아하지만, 잘 하지는 못한다. 피아노 소리가 좋아서 맘대로 치고 있지만 학원 다닐 생각은 없다. 대학다닐 땐 포켓볼을 좋아해서 강의도 빼먹고 거의 매일 다녔지만, 아직도 수준은 그 때 그대로다. 꽤 오래 해 온 대항해시대 게임에서도, 내 캐릭터는 여전히 가난하고, 해적을 만나면 여지없이 두드려 맞는다.

오랜만에 하는 포스팅인지라 약간의 푸념이 들어갔다... 그래도, 나는 즐기며 살리라!

요즘 보드 게임 매니아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난 매니아는 아니고, 그 사람은 반쯤 매니아다. 벽장 한 쪽에 가득 쌓여 있는 저 게임 상자들을 보면 말이다. 같이 게임을 해보면, 난 모험을 좀 하는 편이고, 했던 걸 두 번은 안 한다. 반면 그 사람은 꾸준하게 한 가지를 파고 들어서, 결국엔 승리하는 스타일이다.

한 번 포스팅 한 적 있는 게임 케일러스도 난 참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해 봤더니 게임 중반쯤에 이미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의욕을 잃었다. 그 후로 케일러스는 본 적이 없다...

2010/08/02 - [미디어/게임] - 케일러스(Caylus) 한 판

요즘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즐기고 있다.
내 취향의 보드 게임은 그닥 인기가 없다던데, 요 녀석은 꽤 인기가 많은 게임이란다.



러시아 표트르 대제는 서유럽의 기술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펼친 사람이다. 1703년, 훗날 동쪽의 파리로 불리게 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얻어, 서유럽 어느 도시 못지 않을 수도를 세우기로 마음 먹었다. 이 게임은 그 공사에 참여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작업자나 건물, 귀족을 모아 돈을 벌고 점수를 얻어야 하는데, 카드가 주이다보니 설정도 간편하고 룰도 깔끔하다.

그 동안 제일 많이 한 게임인데, 아직도 재미있는 걸 보면 단순하면서도 전략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난 수집벽이 있는지라 귀족을 많이 모으는 편이다. 다행히도 귀족은 많이 모을수록 점수가 높다.

간단한 게임이라 그런지 PC버전이 돌아다니고 있다. 보드 게임이든, 스포츠든, 공부든 일단 웹 서핑을 통해 이론을 완벽히 익히고 반복 플레이로 전략을 체득하는 스타일인 그 사람이 공부하느라고 하고 있기에 나도 받아봤다.
근데, 컴퓨터와 하는 게임은 확실히 사람과 하는 것만 못하다.
뭐가 뭔지 눈에도 잘 안들어오고, 누가 뭘 했는지도 기억이 안나고, 내 돈이 얼만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늘 둘이서 하던 게임을 세네 명으로 해보니 전략이 달라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처음엔 하는 법을 몰라 귀족을 다 뺏겼는데, 두 번째엔 제대로 플레이했다.

늘 즐기기만 하던 나인데, 문득 나도 가만히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전략을 공부해보려 한다.
푸에르토리코도 엑셀로 만든 게임이 있다기에 잠깐 해봤는데, 이건 공부가 아니라 그냥 클릭 놀이같은 느낌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류의 게임에선 승률이 약간 높은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류란, 일단 느낌이 중세풍이어야 하고, 기계같은 게 나오면 안된다. 또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복잡한 숫자 계산은 없어야 한다.
그런 류의 게임이란 이런 거다.


플로렌스의 제후. 한글판은 피렌체의 제후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나도 그제서야 피렌체의 영어 발음이 플로렌스란 걸 알았다.



여러 가지 예술가가 원하는 항목, 건물이라거나 조경물, 자유 등을 만족시켜 그 예술가가 훌륭한 작품을 내 놓을 수 있게 돕는 것이 목표다. 점수가 높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점수를 높게 만들려면 아무래도 한 턴을 쉬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돈이 없어서 다음 턴을 진행하기 힘든 딜레마가 있다.
나야 가능한 점수만 넘으면 무조건 작품을 내는 성향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엄청난 점수의 작품을 한 번에 내려놓기도 한단다...


이 카드의 폰트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살짝 알아보기 힘든 글씨지만, 어쩐지 고급스러워 보여서 웹을 뒤져 이 폰트를 찾아내기까지 했는데, 실제로 쓸 일은 없었다...


대지의 기둥. 대 성당의 시대에 걸맞은 성당 짓기 프로젝트다.
그러고보니 설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배경은 잘 모르겠다.
일꾼을 통해 공사에 필요한 자원을 얻고, 그 자원으로 공사에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 성당을 쌓아올린다.


케일러스의 단순한 버전이랄까.
게임판이 화려해서 정말 공사를 하는 느낌이 든다. 성당도 입체라서 하나씩 쌓아올리는 재미가 있다. 이걸 다 쌓으면 게임이 끝나는데 겨우 7턴 밖에 안된다.
보드 게임은 보통 게임 진행 턴이 짧아서, 나처럼 느긋하게 천천히 게임을 해나가는 사람은 맘이 조급해지곤 한다. 이젠 많이 해서 좀 익숙해졌지만.

그러고보니 가난뱅이 대항해시대 캐릭터도 이젠 정신을 좀 차렸다. 전투는 본래 취향이 아닌지라 두드려맞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젠 돈이라도 많이 벌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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