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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고서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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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뮤지컬과 음악

슈퍼스타K2 그 마지막. 아쉬운 사람들.

by 와룡 2010. 10. 25.

두어달 날 즐겁게 해주었던 슈퍼스타K가 끝났다.

난 결승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던 후보들이 다 떨어지고 난 후라 누가 되든  상관없었다. 게다가 TOP3부터 시작된, 허각의 놀라운 상승세 덕에 대강 누가 되리라고 짐작은 했다.
하긴, 내게 허각과 존 박 중 한 사람을 선택하라면 나도 망설임없이 허각을 선택할테다. 장재인과 허각이었다면 좀 달라졌겠지만. 그럼 김지수와 허각이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외모, 스타일 모두 빼고 순수하게 가창력과 음악성으로만 승부하게 될 텐데, 내 선택은 김지수다.
사실 허각 군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정말 놀랐다. 외모와 달리 너무 예쁜 목소리에 애절함이 절절히 묻어나와서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윤종신과 엄정화의 평가에 한 손 들어주고 싶은 것이, 허각에게 미성과 가창력을 빼면 별 다른 특징이 안 느껴진다. 언어표현력이 많이 떨어지는 엄정화가 마지막까지 '열정이랄까, 아무튼 그런 걸 바랐는데 끝까지 보지 못했다'고 평한 게 내 느낌과 딱 맞았다. 그는 노래는 잘하지만 느낌과 감동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물론, 그래도 존 박 보다야 낫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긴, 어차피 존 박은 우승하지 않아도 스타가 될 터. 이왕이면 얼굴 아닌 가창력으로 우승을 차지하게끔 하는 것이 의미도 좋고 나중에 슈퍼스타 K3을 기대하게 만드는 데도 한 몫 하리라.

결승 미션곡 <언제나>는 확실히 허각에게 잘 어울렸다. 존 박이 부를 때만 해도 노래가 좀 심심하고 별로였는데, 허각이 부르니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곡을 두 사람이 부르게 되면 아무래도 누구 한 명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다행히 두 사람이 R&B 쪽이다 보니 그나마 비슷한 스타일이었지만, 장재인이 결승에 갔다면 이 노래가 과연 그녀에게 어울렸을까?

슈퍼스타K1에서도 <부른다>서인국에게 잘 어울렸던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조문근의 스타일은 좀 더 신나고 발랄한 곡이 어울렸으니까(그래도 난 조문근이었다).
이번 결승에서는 결승 후보 두 사람의 노래보다 조문근의 데뷔에 더 관심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니, 자신감도 충만해지고 사람들 앞에서 음악을 제대로 즐기는 모습이 보기엔 좋았지만, 뭐랄까, 데뷔곡이 다소 임팩트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조문근은 좀 독특하거나 강렬한 느낌으로 데뷔할 줄 알았는데 어쩐지 평범한 느낌이라 아쉬웠다.
그리고, 솔직히 조문근은 외모는 정말 별로라서 작년처럼 스모키 화장이라도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싶었다.

그나저나 결승에서 공개한 TOP3의 점수 및 결승 점수에 깜짝 놀랐다.
TOP 3에서 허각이 사전투표에서 꼴찌를 하고도 문자투표의 힘으로 1위 통과했을 때 이미 반전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득표수가 그렇게 차이가 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간 슈퍼세이브 때 외에 허각이 1위 통과한 적이 있었던가? TOP4에서는 강승윤과 꼴찌 자리까지 다투던 그다. 그런데 왜 한 주만에 1위로, 그것도 압도적인(600대 370이라니! 600이란건 만점이잖아!) 표 차로 올라섰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면, 아무래도 이하늘의
'어차피 우승은 존 박'
이라는 한 마디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잖아도 초반 강승윤의 선전에 '너무 얼굴로만 뽑는다'는 비난이 일고 있었다. 게다가 김지수가 떨어지면서 결국 승자는 외모로 결정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었고, 다소 생각이 있는(혹은 잘생긴 사람을 싫어라하는) 가요팬들이 실력자에게 표를 몰아주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긴, 그래도 저 압도적인 표 차이를 설명할 방법은 없다.

작년만해도 슈퍼스타K의 TOP10에는 가창력보다는 스타성이 중심이었다. 장르 역시 댄스, 랩 등으로 다양했다.
헌데 올해는 거의 가창력으로만 뽑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색맞추기처럼 느껴졌던 댄스 분야의 이보람, 김소정이 초반에 탈락했다는 것은 시청자들이 이젠 눈요기보다는 귀가 즐거운 쪽을 돌아보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결국 가창력이라면 후보자들 중 최고였던 허각이 우승함으로써 가요계의 아이돌 바람에 돌을 던지고야 말았다.
이승철의 말마따나
'앨범을 내면 노래 연습 보다는 복근 운동부터 하는'
요즘 가요계다. 뜻밖의 인물 배철수 또한
'(나같이) 가창력 없는 가수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시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요즘 가요계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제 다시 노래다운 노래가 인기를 얻을 시기가 돌아오려는 모양이다.

가창력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존 박이 노래를 못한다는 건 아니다.
사실 슈퍼스타K2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은 강승윤과 존 박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들의 노래 실력은 아무래도 허각보다 못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단지 조금 잘생겼다는 이유로 실력까지 평가 절하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존 박이 우승했다한들 많은 사람들이 '얼굴'때문이라고 비판할테니 실력이 외모에 묻혀버린 존 박은 얼마나 억울하고 괴로울까.
강승윤도 마찬가지다. 예선에서 선전했음에도 불구, 다소 과장스런 편집으로 인한 시건방 이미지를 얻고 심사위원들로부터 몇 번 짓밟힘으로써 그의 실력은 완전히 평가 절하되었다. 게다가 소녀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인한 '외모지상주의 비난자'들의 첫번째 타깃이 되기도 했다. 존 박으로선 다행인 것이, 그간 강승윤이 방패막이를 한 덕분에 그나마 묻혔다고나 할까. 강승윤이 탈락하고 이하늘이 '우승은 존 박'이라는 말을 하면서부터 그는 '얼굴로 가수한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준우승이 우승보다 나으리라.

쓰다보니 역시 이야기가 길어졌다.
한 가지 더 쓰고 싶은 건, 장재인의 탈락에 대해서다.
대회 초반부터 장재인은 결승에 가리라고 생각했다. 난 대중적인 취향이 아니라서, 지금껏 이런 프로그램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우승을 하지 못했다(아담 램버트도 마찬가지였잖은가!). 그래도 장재인은 TOP11에 오르기 무섭게 4회 연속 사전투표 1위를 차지함으로써 내 걱정을 덜어줬다. 헌데 차차 존 박에게 밀리기 시작하더니 TOP3에서 아슬아슬하게 떨어지고 말았다. 아슬아슬했다는 것도 결승에서 점수 발표를 보고서 알았다. 사전투표만 1등 했었어도 장재인이 TOP2가 되는 거였는데...

안타깝게도 TOP3 미션에서 선곡의 덕을 본 건 허각이다. 물론 선곡과 상관없이 인기투표도 높긴 했지만, 장재인과 존 박의 노래는 정말로 팬들이 선택해준 것인지 의심스럽다. 난 <레몬트리>를 좋아하고 박혜경도 좋아하지만, 장재인과 박혜경은 도무지 매치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박혜경에게 조차 이 <레몬트리>는 임팩트있는 곡이 되어주지 못했다. 하물며 장재인일까.

하긴 장재인 스타일은 대중적이라 할 수는 없다. 점차 듣기 싫은 목소리라는 평이 올라왔고 결국에는 대중성있는 존 박과 허각에게 밀렸다. 하긴, 귀로 듣기만 했을 때 그녀의 목소리는 들을수록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걸 견뎌내는 사람은 그 팬이 되는 것이고, 못 견디면 일반 대중들에게 잘 먹히는 부드러운 목소리의 허각에게 넘어가게 되어있다.

처음 예선에서 장재인을 봤을 때, 중국 가수 Penny가 생각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중화권 가수인데다 느낌이 장재인과 비슷해서다.

말레이시아 화교인 그녀는 역시 21살에 가수의 꿈을 안고 대륙으로 건너와 기타 연주와 노래 실력으로 인기를 얻었다. 싱어송 라이터이며, 기타치며 노래하는, 어딘지 자유분방한 느낌이 장재인과 많이 닮았다. 게다가 장재인이 예선서 부른 자작곡 <그 곳>의 느낌도 Penny의 초기 노래들과 비슷하다.  국내에는 대만판 <꽃보다 남자>인 유성화원 삽입곡 <니요적애(네가 바라는 사랑)>으로 약간은 이름이 알려져 있다.

사실 Penny 역시 중화권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가수는 아니다. 특유의 창법, 다소 특이한 목소리(물론 장재인보다는 훨씬 부드럽다)는 쉽게 대중들을 끌어들이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노래에 대한 열정과 음악성을 높이 평가한다.
장재인도 앨범을 낸다면 그리 대중적인 인기는 얻지 못할 것이다. 독특한 느낌에 몇 번 듣기는 하겠지만 결국은 모두 무난한 가수들에게로 넘어갈 테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면서까지 인기를 얻으려고 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하긴, 대중가수가 인기를 얻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겠느냐만은.






장재인 자작곡 <그 곳>



Penny 자작곡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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